MAGA 모자를 쓴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시작 8개월 만에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갈라치기 정치의 영향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고, 지금부터 갈라치기 정치의 결과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

최근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유고브.이코노미스트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로 나타났고, 지지하지 않는다 답변은 57%로 나타났다. 트럼프 취임 후 40%대가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던 유권자 가운데 16%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지지층의 상당수가 1년도 안돼 이탈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인단 총 538명 중 312명을 확보해 선거인단 58%를 가져갔다. 소위 당선여부를 가르는 스윙보터 지역 선거인단을 거의 다 가져갔다.

미국 선거권자들의 49.8%인 7730만명이 트럼프를 찍었다. 해리스는 48.4%인 7500만표를 얻었다. 총 득표수에서는 1.4%p 차이지만, 주 별로 선거인단 승자독식 방식이라 트럼프가 선거인단의 58%를 가져가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는 올해 1월 취임 초기 50% 중반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트럼프 1기 때의 임기 초반 지지율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취임 8개월 만에 40%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1기 때는 임기 막판에 40%대가 무너졌고, 마지막 지지율은 34%로 끝났었다.

결국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은 49.8%의 지지자들 중 10%p 이상이 돌아선 결과가 나온 것인데, 조사기관에서는 중도층과 보수층이 함께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의 쇠퇴한 제조업을 되살려 미국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키겠다는 소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강조하면서 보수를 결집시킨 결과였다.

MAGA를 통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다 보니 이민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논리로 이민자 추방에 나서고 있고, 대학교에 대해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줄이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대학과의 갈등 구조도 만들었다.

미국 내에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이념전쟁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치열한 전쟁인데, 대표적인 진보 지역인 캘리포니아에 트럼프는 지난 6월 불법이민자 단속을 이유로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GDP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주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독립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트럼프의 갈라치기 정책은 우방국들의 마음도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은 나토 회원국이 중심인 EU와 영국, 캐나다와 멕시코 등 나프타(NAFTA) 그리고 한국, 일본, 대만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 무역 전쟁을 통해 이들 우방들이 미국의 우산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의 압수수색을 통한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475명을 구금한 사건이다. 조지아주 공화당 소속 MAGA 추종자의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압수수색에 이은 구금 전반에 걸쳐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돈에 대해서도 돈만 투자하라고 해놓고는 투자처에 대해서는 미국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익도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것, 거기에 달러로 직접 투자를 하라는 것… 참으로 정상적인 국가간의 거래라고 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입국비자 발급비용도 폭탄 급으로 올렸다. 전문가들이 받는 비자인 H-1B 비자 발급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10만달러로 100배 올렸고, 심지어 무비자 입국 전자 여행허가인 ESTA에 대해서도 21달러에서 40달러로 두 배 가량 올렸다.

펜타닐 유입으로 마약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폭탄을 때렸지만, 정작 미국 내의 마약 유통을 막지 못해 그 효과는 미미하고 중국과의 갈등만 더 확대시켰다.

미국 국민소득의 70% 이상이 소비로 구성되다 보니 당연히 경제구조가 수입에 의존해 무역적자가 연간 1조달러 이상이 발생하고, 그 적자가 고스란히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적자에 반영되면서 36조 2000억달러 국가부채가 발목을 잡자 관세폭탄과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를 압박해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관세로 인해 미국 수입 물건값은 당연히 오르게 됐다. 이민자들을 추방하다 보니 미국 기업들이 사람 구하는 게 어려워졌고, 그 자리를 비싸면서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미국인을 고용하면서 원가가 올라가게 됐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다 보니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미국 국채발행 비용을 높여 미국이 지불하는 국채 이자 규모를 늘리는 원인이 된다. 미국의 지난해 국채 이자 비용은 1조13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60조원인데 우리나라 연간 정부예산의 2.5배 정도다.

미국 내에서는 MAGA와 비 MAGA간의 갈라치기,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비 미국 간의 갈라치기가 미국과 세계를 흔들고 있다.

미국 트럼프의 갈라치기 정책이 미국 내부적으로는 MAGA 세력을 결집시키는 대신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들고 있고, 지나친 미국 우위 정책이 우방국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트럼프가 재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없이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어느 때보다 균형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