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해킹사태의 이면에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이익 중심 경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297만명에 이르는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고, 그 중 28만명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이번 롯데카드 고객정보 해킹사태는 이 회사의 보안에 대한 낙후된 시스템과 안일한 경영방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특히 CVC번호(카드 뒷면 3자리 숫자)와 비밀번호 등이 털린 28만명의 경우 해외에서까지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8월 14일 해킹이 발생한 지 17일 만인 8월 31일에서야 고객정보 유출 시도를 확인하고 다음날인 9월 1일이 돼서야 금융당국에 해킹사실을 신고한 전형적인 늑장대응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가 고객과 국민에 대한 사과는 사건 발생 한 달이 훨씬 넘은 9월 18일에야 있었다.

거기에 금융당국에 신고한 내용도 허위였다. 9월 2일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 유출된 정보의 양은 200GB인데, 전날 롯데카드가 신고한 유출 정보량은 1.7GB였다. 늑장대처에 더해 눈가리고 아웅 식의 속임수를 쓴 것이었다.

롯데카드는 2019년 MBK파트너스(MBK)가 지분 59.83%를 인수해 현재 MBK가 대주주다. 기존 대주주였던 롯데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매각했는데, 이를 MBK가 우리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것이다. 현재 지분구조는 MBK가 대주주인 가운데, 우리은행 20%, 롯데쇼핑 20%다.

실질적으로 롯데카드의 경영책임은 대주주인 MBK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늑장대응이나 허위보고 뒤에도 MBK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카드의 조좌진 대표는 당초 MBK의 내부 핵심 인물로서 김병주 MBK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롯데카드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김 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19년 MBK와 함께 롯데카드 인수에 나섰던 우리은행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수할 당시 우리금융그룹이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롯데카드 인수를 노렸지만 자기자본비율 문제로 인수가 어렵게 되자 MBK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MBK가 가지고 있는 지분 59.83%를 우리금융그룹이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MBK는 일단 2023년에 롯데카드의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분리해 맥쿼리에 4000억원에 매각한 상황이다. 실제 투자금은 9000여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롯데카드 해킹사고 뒤에는 MBK의 이익 중심의 경영이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롯데카드 측에서는 MBK 인수 후 보안관련 예산을 3배 정도 늘릴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절대 금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다 실제 필요한 예산을 적기에 투입했느냐 측면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2017년 점검에서 보안 취약점이 지적된 바 있었음에도 보완을 하지 않아 그 허술하 구멍으로 해킹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즉 이번 해킹은 최첨단 해킹기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알려진 구멍을 통해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롯데카드를 비롯해서 MBK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다.

롯데카드 사태 외에 현재 법정관리 중인 홈플러스 사태를 보면 MBK의 경영이 얼마나 이익 중심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지를 알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첫 조사 대상이 바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와 함께 MBK 본사 현장조사를 한 데 이어 제재절차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홈플러스 관련 상황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중인 사항으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숨긴 채 투자자들을 속여 6천억원 규모의 단기 사채를 발행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와 함께 MBK파트너스의 불건전영업행위 여부가 조사의 초점으로 알려졌다. ‘기관경고’ 이상 최대 ‘영업정지’까지의 제재가 예상된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망가진 것은 MBK가 2015년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무리하게 자금을 회수해 부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이를 다시 임대를 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지나치게 쓰면서 홈플러스의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즉 매장 매각대금은 MBK가 투자금 회수명목으로 가져가고, 매각한 매장 임대료는 홈플러스가 지불하다보니 없던 임대료가 추가되면서 경영이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네파를 2103년 9970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 당시 1052억원 흑자기업을 10년이 지난 2013년 1101억원 적자기업을 망가트린 사례도 있다. MBK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쓰면서 회사가 망가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과 연대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소모적인 소송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MBK의 경영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사모펀드(PEF)의 일반적인 운영방식인 ‘레버리지 바이아웃(LBO)’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BO는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기업을 인수한 뒤 인수대상 기업이 그 빚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MBK는 인수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에는 관심이 없고 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한편으로는 단기 기업가치를 올려 해당 기업을 매각해 차익을 노리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김병주 MBK 회장은 MBK파트너스 창업자이며 최고경영자다. 박태준 포스코 창업자의 넷째 사위인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칼라일 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현재 그의 자산은 98억달러(13조6000여억원)으로 국내 부자 순위 1위이며 포브스 선정 글로벌 부자순위 253위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들을 싼 값에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단기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과정에서 차익으로 엄청난 부를 일궜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건전성을 확보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러한 기업사냥꾼이 기업을 망치는 행태가 확산될 경우 그런 시장은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