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장인화, 전략발표 한달만에 궤도 수정…2차전지 구조조정

-장 회장, 회장 선임 경쟁 과정에서 2차전지 강화에 최선 약속
-7월 ‘2차전지 밸류데이’ 해놓고 한달만에 피앤오케미칼 매각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8.26 17:21 의견 0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포스코 서울사옥 야경. 사진=수도시민경제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2차전지 사업 비전을 발표해놓고, 비전 발표 한달만에 2차전지 구조조정으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으로 경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2차 전지 산업의 핵심인 포스코퓨처엠이 배터리 소재사인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공동투자사인 OCI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격은 500억원인데 현재 4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OCI가 부채를 떠안는 것으로 돼있어서 실제 매각가는 1300억 여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부채가 1643억원이어서 지분으로 나눌 경우 포스코가 안고있는 부채는 800억여원이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협상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과 OCI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피앤오케미칼의 양도 및 인수를 의결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이 OCI와 합작으로 세운 피앤오케미칼은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신사업 확장 사례로 내세웠던 친환경 미래소재 사업이다. 원료에서부터 중간소재 및 제품 생산에 이르는 음극제 사업 맬류체인을 완성한 마지막 퍼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 속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다소 미진했다. 여기에 공장 가동 초기 비용 증가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필수 소재인 과산화수소 판매 부진으로 6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부담이 철회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근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가 길어지고, 향후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다는 보도와 자료가 나오면서 장 회장이 발빠르게 변신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투자 개념이 아닌 단기적인 실적에 치우친 경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당초 장인화 회장의 회장 선임 경쟁 과정에서 제철 중심의 과거 경력으로 인해 포스코 그룹이 근래 약진하고 있는 2차전지 산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장 회장은 향후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2차전지 사업에 비중을 두고 그룹을 이끌겠다고 약속하면서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취임 5개월만에 2차전지 사업에 메스를 대면서 2차전지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출범한지 네달만인 지난 7월 12일 장 회장은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2차전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한달 여 지난 시점에서의 구조조정이어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제3회 포스코그룹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를 개최하고 ‘기업가치 제고 전략 방향’과 '2차전지 소재 사업 고도화 전략’을 발표했다.

회사는 2차전지소재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3조 4000억 원)의 3배가 넘는 11조 원의 매출을 2026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지난해 발표한 전망치 ‘2025년까지 16조 원’과 비교하면 시점은 1년 연장하면서 목표 금액은 5조 원 축소했지만 여전히 파격적인 성장률이다.

당시 장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우 그룹의 양대 축으로 삼은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 강조했다. 2026년까지 리튬 9.6만 톤, 니켈 4.8만 톤, 양극재 39.5만 톤, 음극재는 11.4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포스코그룹은 올해를 2차전지 소재의 모든 공급 체계를 본격 가동하는 원년으로 삼고 고객 맞춤형 통합 솔루션 제공에 나서기로 했지만 결국 한달 여 만에 궤도를 수정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본업인 철강 분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2차전지 분야의 수요둔화가 길어지고 전기차 화재사고 등 여론이 좋지 않게 변하면서 회복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분야인 만큼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장 회장이 당초 2차전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최근의 2차전지 산업 불황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후퇴를 했을 수도 있다”면서 “투자한 지 몇 년 안됐고 본인이 회장에 취임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미래 성장분야를 구조조정 한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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