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관련 발언을 하면서, 전날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직접 나서서 산업현장 및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을 각별히 챙기면서, 그동안 형식적으로만 안전을 부르짖었던 기업들이 앞으로는 ‘안전’을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챙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7월 25일 지난 2년 간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SPC삼립의 시화공장을 찾아 “근로자들의 무리한 야간근무가 사고의 원인이 되는데, 기업들은 비용만 생각하고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비상이 걸린 SPC는 부랴부랴 야간근무 시간을 조정하기로 하고 10월부터 근로자 운영방식을 바꾸기로 했지만, 임금체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SPC삼립 현장을 방문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전날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이동식 크레인에 탑승해 작업하던 중 천공기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행한 것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표현을 쓰면서까지 강하게 질타했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안전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가늠이 되고, 그 동안 성장 일변도로 달리면서 근로자들의 생명을 경시해왔던 우리나라 산업계가 깊은 반성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갖 사고로 인해 일년에 몇백명씩 사망사고를 내는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원청과 하청관계라는 건설업계의 업무방식으로 인해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책임에서 상당수 비켜나있다 보니,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내놓는 등 법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종합정보망(CSI)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총 121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51명, 2021년 271명으로 크게 늘었고,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238명으로 약간 줄었지만, 2023년 244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2024년에는 207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그러나 2025년 1분기에 7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2024년 1분기 64명보다 7명 더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간 50억원 이상 사업장 기준으로 많은 사망자를 낸 건설사 순서는 현대건설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롯데건설 15명, 대우건설 14명, DL이앤씨 13명, 현대엔지니어링 9명, GS건설 8명 등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25년 1분기 71명 사망사고 중 가장 큰 사고는 2월 삼정기업이 시공하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공사현장 화재사고로 인해 6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망사고다.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세종-포천 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교량 붕괴로 4명이 사망했다. 이들 두 개의 공사로 10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기 보다는 원가 관리에 치중해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해왔고, 그마저도 안전관리비를 상당부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는 잘못된 관행에 젖어왔다.

그러면서 사망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반성을 하고 개선점을 찾기보다는 사고를 축소 은폐하는데 힘을 쓰면서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을 쓰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를 해왔던 것이다.

2019년부터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사들에 대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국토부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고발생 건설사의 명단을 공개해왔었다. 2020년부터는 이를 정례화해 분기별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발주처, 지방자치단체 명단 그리고 숫자를 공개했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2023년 3분기 발표를 끝으로 현재까지 사고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정건설사의 사망사고 숫자를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해명이지만, 사고내용과 회사명이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건설사들의 민원을 받아들인 것이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토부가 사고를 조장했다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부의 태도가 그러니 수많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에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건설사가 거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거의 사장돼가는 분위기다. 건설업계는 이 대통령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중 처벌규정이라면서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는 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처벌은 받지 않겠다는 심사다.

이러한 건설현장 깜깜이 사고를 공개해 사고를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올해 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건설현장 사망사고 관련 건설사 명단을 국토부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역시 지지부진해왔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 시 건설사 이름과 공사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하고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공개 내용은 2023년 3분기까지 국토부가 공개했던 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공개하다가 건설사들 민원으로 중단된 것을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다시 공개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주무 부서가 나선만큼 국회 통과를 거쳐 시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토부나 고용노동부가 사고내용을 즉시 공개를 해야 한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책임소재나 사고 배경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발표되는 것이어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건설사를 비롯해 산업계가 근로자들의 생명을 회사의 이익보다 더 중요시하는 강한 인식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모든 사망사고를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식의 인식도 바꿔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의 주의소홀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청과 하청간의 책임소재도 엄밀히 나눠 모든 사고의 책임을 원청이 지는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근로자 사망사고가 나도 보도에는 익명으로 처리됐던 것이 앞으로 실명으로 보도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은 말로만이 아닌 실제 ‘안전경영’을 펼쳐야 할 것이다.

경영자들이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의 눈으로 근로자를 바라볼 때가 된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