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부터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정희민 사장. 정 사장 재임 8개월 간 4건의 현장 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전임 전중선 사장은 1년도 안되는 재임기간 동안 4건의 현장 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임기 중에 도중하차했다. 전, 현 사장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강하게 질타한 이후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손상된 이미지는 물론이고 경영실적 악화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적자전환 가능성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하루 전날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이동식 크레인에 탑승해 작업하던 중 천공기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행한 것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표현을 쓰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이 날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해 특별히 지적한 것은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만 4건의 사고에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 안전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고 지난해까지 기간을 확대하면 사망 근로자수가 두 자리로 늘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에도 5건의 사고로 6명이 사망했으며,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3년 1건에 1명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총 10건에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 해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홍보자료를 내면서까지 자랑을 하기도 했지만, 2023년 8월 5일부터 시작된 사망사고는 2025년 7월 28일까지 총 10건이 발생해 ‘안전불감증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 날 국무회의 자리에서 “후진적인 산업재해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된다”면서 “올해가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건설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이재명 정부 건설사 중 시범케이스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분위기.
문제는 일련의 사망사고로 인해 포스코이앤씨가 감내해야 할 피해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손상된 이미지로 인한 사업 위축에 더해 중단된 현장들로 인한 공기연장에 따른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신용평가전문기관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잇따른 사망사고가 만들어낸 평판리스크로 인한 수주경쟁력 약화와 몇 달째 공사가 중단된 신안산선 광명 현장을 비롯해 이번 사고로 인한 안전점검을 위한 전체 현장 공사 중단으로 막대한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는 2000년대 들어서 해외건설 공사를 철수하고, 위축되는 포스코 그룹사의 물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건축 및 아파트 사업에 집중하는 등 국내 건축 수주물량에 의존하는 영업형태를 띠고 있는데, 일련의 사망사고와 대통령의 질책, 그리고 향후 있을 중대재해처벌 대상이 될 경우 이미지 타격으로 민간사업을 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코로나 이후로 해외건설공사가 전무한 상황이고, 2023년 이후부터는 계열의 주력 사업인 철강업 등의 업황 저하에 따른 투자 축소로 계열 수주물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4월에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사고 관련 국토교통부 조사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가 몇 달째 중단되는 것과 함께, 이번 전체 현장에 대한 안전조사를 위한 공사중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역시 만만치 않아 올해 경영실적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그래도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부터 경영실적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이다. 매출은 2023년 10조1657억원에서 2024년 9조4687억원으로 6.9% 하락했지만, 감가상각을 뺀 영업이익(EBITDA)은 2692억원에서 1252억원으로 53.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766억원에서 510억원으로 70% 이상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재무적 부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외형마저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81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4527억원 대비 26%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63억원의 14.8% 수준에 머물렀다. 외형과 이익 모든 부분에서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면서 올해 적자전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회사의 순차입금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순차입금은 2023년 -2967억원으로 매우 양호했지만, 2024년말 -267억원으로 다소 악화된 데 이어, 올해 1분기 현재 5189억원으로 악화 정도가 심해진 상태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대표이사인 정희민 사장과 전직 대표이사인 전중선 사장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중선 사장은 2024년 2월 21일 사장에 내정된 이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2024년 12월 물러날 때까지 4건의 현장 사고로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정희민 사장은 2024년 12월 23일 취임한 이후 올해 7월까지 4건의 사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신안산선 광명 구간 붕괴사고는 사망사고와는 별도로 공사 부실 관련 국토부에서 9월까지 조사기간을 연장해서 부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많은 토목전문가들이 그 전부터 부실 우려를 경고한 바 있고, 사고 직전 터널 기둥에 균열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자칫 포스코이앤씨는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까지 받을 가능성도 제기돼,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정부의 안전관리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고 발생에 따른 기업의 평판저하 및 신인도 하락 등 규제 리스크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한 건설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는 과거 해외 플랜트 공사와 포스코 그룹 공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주와 매출 그리고 영업이익을 냈었는데, 해외건설 수주가 중단되고 그룹사인 포스코의 물량도 중단되면서 생존을 위해 주택사업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부실과 사망사고 등 악재가 연속으로 터지고 있다”면서 “특히 정권이 바뀌면서 장인화 그룹 회장의 자리가 흔들리면서 그룹 경영 불안요소가 회사를 어둡고 긴 터널로 끌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이후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 일지다.
1)2023. 8. 5. 인천 연수구 송도동 주상복합 현장, 30대 포스코이앤씨 직원, 40m 아래로 추락사.
2)2024. 1. 22. 서울 잠원동 주택재건축 현장, 50대 남성 노동자가 철제 구조물(H빔)에 깔려 사망
3)2024. 8. 12. 서울 천호동 '더샵 강동센트럴시티' 현장, 전기 패널 조작 중 30대 노동자 감전사
4)2024. 8. 17. 인천 송도 공사 현장, 2명의 노동자, 깔림 또는 추락사…고용노동부 특별 감독
5)2024. 8. 19. 경기도 분당 느티마을 3단지 현장, 40대 노동자가 추락사…중대재해처벌법 조사중
6)2024. 11.27. 서울 가락동 가락현대5차아파트 재건축 현장, 보행로 지붕 붕괴로 노동자 사망
7)2025. 1.16.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 현장,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17층 높이에서 추락사
8)2025. 4. 11.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현장 터널 붕괴, 노동자 1명 사망
9)2025. 4. 21. 대구 중구 아파트 현장, 하청업체 노동자 승강기 추락 방지망 설치 작업 중 사망
10)2025. 7.28. 경남 의령군 함양~창녕 고속도로 현장, 60대 회사 직원 천공기에 끼여 사망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