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파리올림픽 “몽상 속으로 오세요”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27 11:23 | 최종 수정 2024.08.30 10:40 의견 0
가수 셀린디온이 파리올림픽 개막식 성화점화식 후 에펠탑에서 샹송 '사랑의 찬가'를 부르며 휘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사진=TV방송 캡쳐

27일 새벽 제33회 하계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 간 세계인들 축제의 장이 펼쳐지게 됐다.

파리 하계올림픽은 1924년 하계올림픽이 열린 지 딱 100년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뭔가 색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파리는 1900년 제 2회 올림픽을 개최해 이번이 3번째 올림픽 개최지다. 이번 개막식은 사상 처음으로 실내가 아닌 센강을 중심으로 하는 야외에서 개최돼 이색적인 맛을 줬다. 실내의 한계를 넘어서다보니 관중도 30만명이나 됐다.

프랑스는 올림픽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근대올림픽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출신 쿠베르탱이 처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했고, 1896년 제 1회 근대올림픽인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오늘 33회 올림픽이 열리게 되는 기초를 닦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상적인 차이로 인해 조국인 프랑스로부터 이단자로 냉대받아 자국 내에서는 인정을 받지못했지만, 1900년 제2회 올림픽과 1924년 제8회 하계올림픽을 프랑스에서 개최하게 한 가장 큰 공로자이기도 하다. 당시 쿠베르탱은 IOC위원장이었는데, 2회 파리올림픽이 만국박람회와 겹쳐 진행되면서 반쪽자리 행사가 된 것을 아쉬워해 1924년 8회 올림픽 때는 쟁쟁한 경쟁도시들인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로스앤젤레스, 프라하, 로마 등을 제치고 파리가 선정되는 데 힘을 쏟았다.

1924년 올림픽 참가국은 44개국이었지만, 이번 2024년에는 206개국이 참가했다. 1924년 때는 대만이 개막식에만 참여하고 개막식 이후 바로 철수하는 바람에 개막식 참가국은 45개국으로 기록돼있다. 종교와 이념 등을 뛰어넘어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찾자는 올림픽의 취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독일도 1차세계대전 전범국이란 낙인으로 참여 초청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3번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는 런던 뿐이었는데, 이번으로 파리도 3번 개최지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와 영국의 100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1924년의 파리올림픽 때는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이념 전쟁으로 물들고 있을 때였다.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공산당이 정권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에 공산당 결성이 급속하게 확산되던 시기였다. 독일이 1918년, 프랑스가 1920년, 이탈리아가 1921년, 중국이 1921년, 일본이 1922년, 영국이 1924년 공산당이 결성됐다. 당시 대한제국으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군 중심의 공산당을 바탕으로 1925년 공산당이 결성됐다.

100년이 지난 33회 프랑스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지금도 세계는 갈등과 전쟁으로 멍들어 있다. 중동이 불안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이고, 몇 안되는 공산주의 국가들로 인한 불안은 여전하다.

올림픽은 누가 금메달을 얼마나 땄느냐에만 혈안이 되는 전쟁 같은 분위기로 전락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파리에 가서 올림픽정신인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실천하는 가운데에도 우리 정치인들은 그저 싸움박질 뿐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이러한 국제적인 갈등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한 흔적이 보여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 행사 중간에 등장한 노래인 ‘이메이진(Imazine)’이 특히 그랬다. 존레논이 1971년 발표한 이메이진은 당시 월남전 같은 갈등으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노래다.

가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나라도 없고, 종교도 없고, 소유물도 없고,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죽일것도 죽을것도 없고 그렇게 생각해보자. 그러면 몽상(Imazine)일 수 있지만 평화롭게 세상은 하나가 될거야”

마지막 성화 점화와 함께 미국 가수 셀린디옹이 부른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역시 사랑의 힘을 의미한 것이다. “푸른하늘이 무너져도 대지가 허물어져도 당신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아무래도 좋아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다.

이 노래를 직접 작사하고 부른 에디트 피아프의 이름 중 피아프(참새)는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142cm의 작은 키라고 해서 붙은 애칭이다.

모든 사람들은 평화와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데 그 평화와 사랑을 얻는 조건에 많은 것을 붙여놓으니 갈등이 일어나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 효과는 알 수 없지만, 좋은 기획이었다. 역시 혁명과 예술과 낭만과 평화의 도시 파리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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