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의 무역협상 결과를 밝혔다. 상호관세를 15%로 정하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에너지 1000억달러 구입 외에 시장 완전 개방을 합의했다고 썼다. 사진=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쳐

본 지가 어제 보도(2025년 7월 30일 자 “미중 무역협상 결렬이 한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한 대로 한미 무역협상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 중심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당초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협상 결과를 밝혔다.

트럼프는 SNS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를 투자하고, 1천억달러(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미국 물건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농산물까지 문호를 열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전문이다.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합의에 동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합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를 위해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소유·통제하며 제가 대통령으로서 직접 (투자처를) 선정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다른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은 그들의 투자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총액은 향후 2주 이내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될 것입니다.

또한 나는 새 대통령(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15%의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늘 와주신 무역 대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만나 그들 국가(한국)의 위대한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협상 시한 하루를 남긴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트럼프가 서둘러 발표한 데는 다분히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데 따라 신속하게 이미지 회복을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에 모든 것을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미 투자규모를 미국은 4000억달러를, 한국은 1000억달러를 주장했지만, 최종적으로 3500억달러로 정해진 것은 미국의 요구가 100%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일본의 미국에 대한 투자규모를 5500억달러로 정한 바 있는데,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GDP가 2.5배에 달하기 때문에, 일본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투자규모는 2200억달러가 비슷한 규모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이 주장한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3500억달러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구입에 1000억달러를 추가로 얹으면서, 실질적으로는 4500억달러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농산물을 비롯한 자동차, 트럭 등에 대한 전면적인 시장개방은 당장 우리 농가와 자동차 등 제조분야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는 정부가 국내산 쌀에 대한 수매가 지원으로 쌀값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산 쌀이 관세 없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국내산 쌀에 대한 소비는 크게 위축되면서, 쌀농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있다.

사과, 소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시장 역시 관세 없이 전면 개방될 경우 농축산물 가공업을 포함,농축산 산업은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비관세장벽 부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그에 관해서도 엄청난 요구도 담겨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한 국내 산업 전반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유독 한국에 대한 지나친 압박은 이미 미중간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28~29일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의 세 번째 협상이 결렬되고, 향후 90일 간의 휴전기간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트럼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고 지나친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하기 바로 전에, 트럼프는 인도에 대해서는 25%를, 브라질에 대해서는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자, 인도와 브라질에 대해서는 협상과는 관계 없이 강공을 펴면서 강한 이미지를 보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엄청난 전리품을 얻어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연간 미국에 대해 평균 45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얻고 있는 상황인데, 그동안 미국 물건에 대해 인도는 평균 20% 이상의 고관세를 부과한 데 반해 자신들의 미국 수출품에는 3% 전후의 평균 관세를 부과 받아 관세 역차별이 있어왔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가 인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현재 미국 제품에 대한 인도의 관세부과 수준에 부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에 대한 50% 관세부과 역시 별 의미가 없다. 지난 2024년 브라질의 미국에 대한 무역 규모를 보면, 수출 403억3000만달러, 수입 405억8300만달러로 오히려 2억5300만달러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 브라질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50% 이상 부과할 경우 오히려 미국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의 협상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관세 폭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와 브라질을 대상으로 쇼잉 하면서, 한국으로부터는 왕창 뜯어가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경제, 통상, 외교라인이 총 동원됐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재벌 총수들까지 총 지원에 나섰지만, 우려한 상황이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관세협상 막판에 지나치게 올인하는 모습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을 두고 “일본과의 협상 결과를 보고 한국이 욕이 나왔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린 바 있고, 베센트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 미팅을 위해 한국을 출발하기 한 시간 전에 이메일을 통해 미팅 취소를 통보해온 바 있다.

그런 푸대접을 받고도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이면서 협상의 칼자루를 미국에게 완전히 넘겨줬다는 평가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시간을 끌면서 조기 영수회담 쪽으로 힘을 모으고, 최종 협상은 영수회담 이후로 넘겼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나라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태산만큼이나 안게 됐다. 특히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미국 현지투자 등 엄청난 청구서를 안게 됐다.

트럼프가 30여 년 전에 쓴 ‘협상의 기술’에 말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 책을 읽고 트럼프의 생각을 읽는 성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