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5300억원 예산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국토부

현대건설이 시공 포기를 선언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표류한지 한 달이 돼가면서 이 사업의 향후 추진 방향을 놓고 건설업계의 셈법이 복잡한 듯 보인다. 이 공사를 추진하게 된 배경부터 경제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한 것이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꼬이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2006년 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PK 민심을 잡기 위해 건설할 것을 지시하면서 시작됐지만, 그 후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철회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하면서 무산됐었다. 그러나 2020년 문재인 정부 들어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만들면서 다시 추진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2024년 4.15 총선을 앞두고 연내 발주할 것을 발표하는 등 PK지역 표심잡기 위해 강행하면서 결국 지난해 하반기 단 4개월 만에 4차례 입찰이라는 졸속입찰을 통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로 계약을 하면서 비극의 씨앗이 잉태됐다.

거기에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배경을 두고도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적인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사업추진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고, 입찰 과정 역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결국 공사추진이 어그러지게 됐다는 시각이 있다.

이 공사의 입찰은 지난해 6월 5일 첫 입찰을 했지만 아무도 응찰을 하지 않아서 유찰됐다. 2차 입찰은 불과 19일 뒤인 6월 24일 있었는데, 그동안 현대건설 컨소시엄과는 별도로 준비해왔던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일로 응찰해 결국 유찰됐다.

세번째 입찰은 8월 19일로서 국토교통부가 컨소시엄 구성에 10대 건설사 중 2군데로 제한한 것을 3군데까지 늘려주면서 포스코이앤씨가 합류해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라는 10대 건설사 중 3개사가 연합이 된 컨소시엄이 역시 단일로 응찰해 결국 경쟁입찰이 안돼서 유찰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보름 후인 9월 5일 4차 입찰이 진행됐는데, 역시 현대건설 컨소시엄 단일 응찰로 역시 유찰됐다. 이 후 국토교통부는 공사시간 단축을 위해 9월 12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에게 수의계약 통보를 하면서 최종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게 된 것이다.

결국 약 4개월동안 4차례의 입찰이 진행되는 등 졸속 입찰 과정을 거쳐 현대건설 팀이 수의로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수주 후 설계회사로 선정된 희림컨소시엄과 설계작업에 들어갔고, 최종 설계 결과는 올해 4월 28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돌연 가덕도신공항 설계안을 제출한 지 딱 한달 만인 지난 5월 31일 대통령 선거 3일 전에 돌연 시공사 참여 철회를 발표했다.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공사를 중도 포기한 데 대해 많은 의혹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향후 재입찰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내세우는 공사포기 이유는 공사기간을 최소 2년 늘려주고, 공사비를 1조원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그런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현대건설은 추후 입찰에 참여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공사 수주를 굳이 포기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는 이 공사 수주 과정에서윤석열 전 대통령이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윤 전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공사를 비공식적으로 참여해 완료했고, 그 외에도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안가 공사를 복원해 윤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는 말이 돌았다.

이재명 정권에 들어서면서, 김검희 특검법 등 수사 진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대건설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그와 연계돼 가덕도신공항 수의계약 과정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이 시점에서 손절하는 것이 그나마 이재명 정부의 공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건설의 시공참여 포기 선언으로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올해 안에 착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 와중에 컨소시엄 2대 지분 참여자인 대우건설과 3대 지분 참여자인 포스코이앤씨가 지분을 늘려 컨소시엄을 끌고갈 수 있지 않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디엘이앤씨와 롯데건설 등도 참여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공사조건이 완화될 경우 의외로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디엘이앤씨와 롯데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1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입찰참여 독려 시 무응답으로 불참통보를 하지 않은 유일한 두 곳이다.

어차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의한 이 공사는 약 20년 만인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할 만큼 멀리 왔기 때문에 공사 자체를 철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PK 민심 확보 차원에서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모두 무시하고 새롭게 입찰 조건을 만들어, 새로운 시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완성도가 중요한 것이다.

공사기간도 당초 정해진 7년을 넘어선 현대건설이 요구한 9년 보다 더 길어지거라도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공사비 역시 현재 10조 5000억보도 훨씬 많아지더라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해야 한다.

어차피 이 공사는 과거 2016년 국토교통부에서 7대 불가론을 내놓을 정도로 추진해서는 안될 공사였다. 당시 국토부는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7가지 측면에서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될 공사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한 경고를 정치적인 셈법으로 무시하고 오늘까지 끌고 온 공사다.

위험하고, 접근성 떨어지고, 돈먹는 하마이고, 공사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많은 해서는 안될 공항공사라는 딱지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완공 이후 운영하면서 엄청난 국고 낭비는 감수하더라도, 국민 생명은 지켜져야 하는 만큼 안전사고 등 재앙은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사업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더 들더라도, 돈이 더 들더라도 지금부터 모든 초점은 안전에만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인 논리로 나라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짓거리는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