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층 거물인 롯데월드타워 주변의 고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롯데

지난 6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지 20일 만에 장관 후보 11명 명단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내각 구성에 들어갔지만, 국내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정작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가 산적한 경제 관련 장관 후보자들은 명단에서 빠져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시급하게 관리할 국토교통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선정이 뒤로 밀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및 환율 협상 기한인 7월 8일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 선임도 아직 진행이 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 관련 협상은 대통령실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초를 다툴 정도의 시급한 사항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연초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 아파트값에 불을 지른 후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랠리가 이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화약고 모습을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은 초를 다투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 장관 선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시장은 역대급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 동향은 전주 대비 0.36% 상승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둘째 주 0.45% 상승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주까지 20주 연속 상승한 데 이어 6년 9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 이외의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근래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을 넘어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으로까지 번지면서, 강북권이 아파트값 격차를 따라잡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고, 이런 바람은 경기 남부지역 중심의 수도권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미 경기도 과천이나 분당 등은 서울 강남 아파트값에 근접할 정도로 따라붙었고, 과천과 분당 인근 지역으로 상승세가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영끌족들이 빚투에 나서면서 “지금 아파트값이 가장 쌀 때”란 생각으로 아파트 매수사냥에 나섰을 때의 분위기가 재현되면서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대비 약 20일 만에 3조9937억원 늘어났는데, 6월 말 기준으로 6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월 한달간 4조 9964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 1조원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부채는 오세훈 시장이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한 올해 2월 이후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월간 증가액은 3월 1조7792억원, 4월 4조5337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2.55배 폭등했었다.

이러한 부동산 과열은 결국 집값 상승 기대감을 역대급으로 올려놨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0으로 2021년 10월 125를 기록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장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값 상승 관련 “가계부채가 상당히 염려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통화정책에 크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 추세로 인해 7월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그널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매매시장이 뜨거워지다 보니 투자나 투기와는 관계가 없는 실수요자 시장인 전세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세시장은 서민들을 포함한 주택 실수요자 시장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매매가가 폭등하면서 아파트 매도자가 줄어들어 전세매물도 급감했다. 서울 전체의 전세매물은 지난 6월 24일 기준 2만4734건으로 3개월 전인 2만8110건에 비해 12.1% 줄어들었다.

서울 전세매물은 지난해 11월 3만3076건을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3만건 아래로 내려온 이후 최근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전세 물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인데, 근래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 이어 집 주인들이 매도 물량을 회수하면서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매가 상승 랠리와 추세 확산, 빚투 영끌족 재등장, 전세시장 불안정 등 자칫 부동산 발 악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상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해당 장관 선임이 늦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불길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실은 아직 후보를 지명하지 않은 8개 부처 장관은 총리 임명 이후에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정의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모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연장선상에서 검토하고 해결책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현재 시장이 이렇게 뜨거워졌다면 웬만한 대책으로 진정시키기는 어렵고, 자칫 무리한 정책에 따른 후유증으로 시장이 더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관련 부처와 조직 세팅을 서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