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지난 15일 트럼프 약값인하 행정명령에 대해 '호재'가 될 수있다고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주장했다. 사진은 화면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약값 평준화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의약품 인하 행정명령에 대해 한국의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면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등 트럼프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지 우려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약값 평준화 행정명령은 미국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 내 약값을 최대 90%까지 내리고 반대로 해외에 공급하는 약값을 올려 수지를 맞추라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당장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이 30~80%정도 내려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80~90% 인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많은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트럼프 행정명령은 우리 제약바이오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의약품 관련 행정명령을 두고 국내 최대 바이오시밀러(복제약품) 제조기업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의약품 정책 추진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약값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약가 인하에 영향받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간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단순화하면 셀트리온이 경쟁하기 좋은 환경이 돼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오히려 긍정론을 펼쳤다.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약값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들이 일방적으로 판매가를 정하는 구조로 돼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것이 있고 그 안에 심사평가원에서 적정약값을 정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사보험만 있고 국민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없어서 이러한 기능이 없다보니 약값은 공급자가 맘대로 정하는 구조다.
그런 이유로 미국 제약바이오사들은 미국에는 비싸게, 해외 수출은 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 이중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미국 판매가를 대폭 낮추고, 반대로 해외 수출 가격은 올려 미국 역차별을 없애라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 같은 역할을 행정부가 하면서 약값을 강제적으로 내리게 하는데, 약값 기준을 가장 싼 값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국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미국 내 약값이 대폭 떨어질 경우 현재 복제약으로 미국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셀트리온이 서 회장 말대로 계속 재미를 볼 수 있을까가 관심이다.
일반적으로 화이자나 존슨앤존슨 같은 미국 글로벌 원천기술 제약사들이 약품가를 90% 낮춰 복제약인 셀트리온 약품가와 비슷해진다면, 과연 복제약인 셀트리온 약품을 미국 소비자가 지금처럼 구매할 지 여부다.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만 봐도 셀트리온 등 국내 약품들은 저가가 메리트인데 미국 원천제약사들 약품과 가격이 비슷할 경우 한국 약품들의 매출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약값 인하 정책으로 미국 제약사들이 미국 내에서 약값을 대폭 낮춰 수지를 맞추기 어렵게 될 경우 제조비가 낮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기술이라는 것이 용량시설투자와 영업력 싸움이고 원천기술과는 관계가 없어서 투자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정상적 생산을 할 수 있는 분야여서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진입에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는 분야다.
결국 미국 약값 인하가 셀트리온에게 득이 될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정진 회장이 주가하락 등을 염려해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트럼프를 자극해 악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자칫 서 회장의 자신감 있는 발언으로 트럼프가 한국 제약바이오 제품에 대해 고율의 품목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CFO가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폭탄에 대비해 생산국을 옮길 것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트럼프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떠들면서 현재 삼성전자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장사꾼 트럼프를 상대하는 법을 너무나 모르고 발언을 하는 국내 경영인들의 섣부른 언행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자꾸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폭탄을 발표하기 전에 미리 겁을 먹고 31조원 미국 투자보따리를 들고 백악관을 찾아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실적 발표 관련 트럼프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산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해 트럼프에게 발목잡힌 삼성전자 박순철 CFO에 이어 서정진 셀트이온 회장의 트럼프를 자극하는 발언까지 아쉬운 장면들이 큰 틀을 망치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좀 더 말조심하고 인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