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판사를 비롯해 법관대표회의, 사법부 내부 다양성 등에 대해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우리법•인권법이 주도해온 법관대표회의..."라는 기사를 비롯한 일련의 보도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법원노조, 다수 판사들의 문제 제기를 '진보 성향 판사'의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하며, 법관대표회의의 제도적 취지와 실제 운영, 그리고 사법부 내부 다양성의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그들의 고질병인 '좌파 공세' 프레임의 전형적인 사례다. 조선일보는 오랫동안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다른 견해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을 '좌파', '종북', '진보 성향' 등의 꼬리표를 붙여 그들의 주장을 정당성이 아닌 이념적 성향으로 폄하하는 보도 행태를 보여왔다.
친일과 독재 부역에 이어 민주화 이후에는 진보적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을, 그리고 최근에는 사법부 내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판사들까지 '좌파' 프레임으로 묶어 비판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의견의 내용과 가치를 선입견으로 매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법관대표회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또한, 조선일보는 일부 판사 출신 인사가 정치권에 진출한 사례를 근거로 전체 법관대표회의를 '정치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는 극히 일부의 경력 이동을 전체 기구의 성격으로 일반화하는 논리적 비약이다.
이러한 '정치 판사' 낙인찍기가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축시키고, 법관대표회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을 수 있다.
또 법관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법부 내부 문제에 목소리를 내다가 퇴직 후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경력 선택이다. 이를 소급해서 판사 시절의 활동을 정치적이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을 부당하게 정치화하는 시도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03년 처음 열린 후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다가 2018년 공식 기구로 전환된 이후, 사법행정과 재판 독립, 법관 신뢰 등 현안에 대해 각급 법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대표 선출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회의 안건 역시 내부 투표와 토론을 거쳐 결정된다.
법원의 다양성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 요소다.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법관들이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더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해진다. 특정 학술단체 소속 판사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법부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필자는 조선일보의 '진보 판사’ 프레임과 법관대표회의 폄하는, 사법부 내부의 다양성과 자정 노력을 정치적 음모로 왜곡하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독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