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주은래(저우언라이). 말과 행동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항상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여야 최종 후보가 결정됐고, 여당은 마지막 단일화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대선시계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봐야한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후보들의 그동안 정치적 여정을 통해 누구든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는 이미 알 수 있고, 이념적인 노선도 알려졌다고 봐야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중도층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념이나 정치적인 노선보다는 후보의 말과 행동 등 태도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 역시 그런 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갈린 요인을 제외한 이미지 측면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분명 김문수 후보가 점수를 더 땄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동훈은 똑똑한데다 탄핵 관련 중도층의 표심을 충분히 얻을만한데도 여유가 없는 말과 행동이 발목을 잡았을 수 있다.

자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똑똑함을 너무 부각시키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태도, 그리고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속 마음 등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았을까.

“광주사태”란 표현을 쓴 한덕수는 더 심한 경우다. 거기에 “호남사람”이란 갈라치기 표현까지. 한덕수가 평상시에 광주민주화운동이란 표현을 썼다면 결정적일 때 광주사태란 표현이 나왔을까?

이재명 역시 거친 표현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평소에 늘 그런 모습을 보이다 보니 내성이 생긴 느낌이다. 이것이 중도층 표심모으기에 한계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한달쯤 남은 대선기간 동안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말과 태도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그동안의 생각이 말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서든 망발이 나올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중국에서 처신의 신으로 불리면서 지금까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인 주은래(저우언라이)는 아무리 사소한 손님맞이라도 사전 준비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찬 전에는 항상 국수 한 그릇을 먹고 간다고 하는데, 배가 고픈 상황에서 허겁지겁 먹는데 집중하다 보면 말이든 뭐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데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중국과 미국의 외교는 주은래와 키신저가 각각 담당했는데, 그 두 사람의 역할로 정면충돌을 막고 협상의 자리가 마련됐다.

주은래가 키신저에 비해 25세 더 많은 삼촌뻘이었지만 항상 동등한 동반자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간 결과, 훗날 키신저는 모택동, 강택민, 주은래 중 주은래를 최고로 쳤다.

키신저는 주은래에 대해 “60여년 공직 생활에서 주은래보다 더 강열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키는 작지만 우아한 자태며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번득이는 눈빛으로 탁월한 지성과 품성으로 좌중을 압도했으며 읽을 수 없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

자칫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이 많은 주은래가 외교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키신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적국의 인물이지만 존경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검소하지만 항상 단정한 옷차림과 행동 그리고 말씨 모든 것에서 상대방이 항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드레스코드와 프로토콜로 인해 주은래가 있는 자리는 항상 좋은 대화가 오갔고 모두가 좋은 성과를 가져갔다고 한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습관을 지배하고,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결국 그 사람의 삶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총리를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사람이 평소에 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로 생각한 것이 결정적인 순간 말로 튀어나온 한덕수. 평소 너무 똑똑해 타인에게 지적을 주로 하던 버릇이 대선 토론에서 오만함으로 비춰진 한동훈. 평소 위기를 말장난으로 탈출하다 보니 국민 앞에서도 말잔치를 이어가다 꼬이게 된 이재명. 아무런 준비가 안된 채 이제 공부에 나선 김문수의 정리되지 못한 어리숙함.

흔히 태도란 뜻의 영어단어 Attitude는 알파벳 순서 합이 100이라면서 의미를 둔다. A를 1로, Z를 26으로 하는 순서대로 숫자를 더한 값이 100이라는 말로서 그럴듯하다.

태도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이 생각과 말과 행동과 습관이 모두 녹아 들어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태도는 자신의 삶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말과의 전쟁이다. 말은 그사람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가 농축된 것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정치가인 풍도가 한 말로서,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고 했다. 자신이 없으면 침묵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