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 창업자. 어렵게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이뤘다

사람들은 소득격차가 심해졌을 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부익부빈익빈이 나타난 것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소득격차를 유발하지만, 부익부빈익빈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아니다.

사실 소득격차는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경제에서든지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이 다르고 모두 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각자의 성취 지위 소득 그리고 부가 인간 사회에서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황제가 다스리던 중국에서는 전국시대 여불위 등 수많은 부호가 있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도 왕이 다스리던 시대의 인물이다.

소득격차는 사실 사회주의나 정실주의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옛소련과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을 잡고 있는 소수 그룹만 잘 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못 산다. 정부가 국민생활과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 권력이 부를 좌지우지하는 정실주의 사회, 즉 능력이 아니라 연줄이 좌지우지하는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사회주의에서는 권력을 잡는 자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사실상 착취해서 그들만의 세상을 누린다.

소득격차와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정태적인 것과 동태적인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지적 결함 때문이다. 소득격차는 어느 한 시점과 관계에 있는 정태적 개념이고 부익부빈익빈은 시간에 걸쳐 파악되어야 하는 동태적 개념이다.

예컨대 1년 단위로 작성하는 손익계산서는 소득격차의 비교 자료로 잡을 수 있는데, 5년 10년 20년에 기간을 두고 작성되는 대차대조표는 동태적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 부익부빈익빈이 되려면 10년 전에 부자였던 사람이 지금 더욱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하고 10년 전에 가난했던 사람이 지금 더욱 가난해졌어야 한다. 부익부빈익빈은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에 속해있는 개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계층으로 이동할 수 없을 때 성립한다. 반면에 소득격차는 계층 간 이동과는 무관한 개념으로 소득격차만을 보고 계층간 이동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조선시대에 양반들은 대대로 잘 살고, 상민과 노비들은 대대로 못살았다. 이런 사회가 바로 부익부빈익빈의 사회이자 절망의 사회이다, 대한민국 좌파는 조선시대의 이처럼 엉망인 현실에는 눈을 감고, 현재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고 비난한다. 그럼 별 볼 일 없던 나라에서 부를 일군 이병철 삼성 창업자, 정주영 현대 창업자, 구인회 LG 창업자, 최종건 SK 창업자, 신격호 롯데 창업자 등은 모두 부익부빈익빈이 배출해낸 인물들인가? 부자들이 많은 나라가 부국(富國)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안타깝다)

부익부빈익빈은 기본적으로 신분 사회와 계급 사회에서 나타난다. 신분 사회에서는 세습에 의해 귀족이 될 수 있으며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물려줄 수 있다. 귀족이나 양반 집안에 태어나면 자질 재능 성격 품행에 관계없이 수백 년을 두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상민이나 노예의 집안에서 태어나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능력이 출중해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평생을 가난하게 지내야 하고 그 자손 역시 마찬가지다. 계층간 이동이 있을 수 없는 부익부빈익빈 그 자체이다. 조선시대 때는 세종 때 채택한 종모법(從母法)으로 인해서 어머니가 노비이면 그 자식은 노비였고 대대로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다르다. 누구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닌다. 시장경제에서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남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도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러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바뀐다. 어떤 특정 계층이 차지하지 않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위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5년 10년 20년의 시간을 두고 보면 ‘부잣집은 망해도 3대를 간다’는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 나가던 대기업도 한순간에 공중 분해되는 수가 많고 그 어마어마한 돈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이자 무서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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