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부터 대선팀을 꾸려 운영중이면서 올해 2월부터는 당내 경선을 위해 이재명 대표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진=경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본격화 된 조기대선 국면 속에 일찍부터 같은 당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우며 경선경쟁을 준비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일 출사표 같은 입장문을 내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김 지사가 이 날 낸 입장문은 “마침내 국민이 이겼습니다. ‘빛의 혁명’이 승리했습니다”란 말로 시작해 민주공화국의 원칙과 상식을 분명하게 세워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대한 감사와 내용이 담겨있고, “이제는 광장의 분열과 적대를 끝내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대전환을 이루어내야 합니다”면서 “저도 절박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로 마무리 돼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김 지사는 비명계(당 내 이재명 대표 반대세력) 텐트를 치면서, 친문(과거 문재인 대통령 사단) 사람들을 끌어 모으며 정치세력을 불리는는 과정에서, 친문 핵심 사람들과 멀리는 친노(친 노무현)와 안희정 세력까지 영입해 대선준비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대선팀 원톱은 강권찬
김 지사의 대권준비 핵심축 3인방은 강권찬 경기도 기회경기수석, 김남수 경기도 정무수석, 김현곤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장 등으로 알려졌다.
강권찬과 김현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 출신인 친문 인사고, 김남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에 근무한 친노 인사다.
강권찬 기회경기수석은 1974년 생으로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상황실 선임행정관, 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시민참여비서관으로 문 정부 마지막까지 청와대를 지켰다.
김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기회경기수석에 올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경기도로 대거 영입됐는데, 강권찬 수석이 친문 결집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수 신임 정책수석은 1962년 생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며 사회조정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5년까지 안희정 충남지사의 노동특보를 거친 후 3년 간 기업에 몸담았다가 2022년 김동연 지사 당선과 함께 정책수석을 맡았다.
그러나 1년 후에 직급을 두 단계나 낮춰 4급인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정무수석으로 다시 두 단계 올라서면서 김 지사의 대선캠프의 핵심 중 한사람으로 자리잡았다.
경기도 내에서는 직급을 두 단계나 내려서까지 비서실장에 앉힐 때는 김 지사의 실질적인 복심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1974년 생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2024년 1월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영입됐다가, 그 해 11월 퇴임했다.
김 지사가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올해 2월 경기도 산하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으로 다시 영입돼 3월 14일 취임했다. 당시 김 지사는 경기도의회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들 3인방 가운데 김동연 지사의 대선 캠프 원톱을 꼽으라면 단연 강권찬 기회경기수석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강 수석을 통해 다수의 문재인 사람들이 경기도에 영입됐기 때문이고, 김동연 캠프의 주류가 친문세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강민석 대변인, 전해철 경기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 강성천 경제과학진흥원장,주형철 경기연구원장, 김혜예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 안정곤 정무수석, 박민제 경기아트센터 경영기획실장, 김명원 사무처장 등 과거 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친문인 고영인 전 국회의원과 윤준호 전 국회의원이 각각 경제부지사와 정무수석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김동연 본격적인 대권행보 시기는 이재명 ‘공직선거법위반 1심선고’ 이틀 전
김 지사가 대권행보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경기도 방문이다. 지난해 10월 4일 문 전 대통령 부부는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 및 친문 핵심멤버들과 차담을 나누면서 김 지사에게 힘을 모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1심선고 이틀 전인 11월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든지 물러나든지 할 것”을 주장하며, 당 내의 입지 세우기에 나섰다.
이 후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다음날에는 글로벌 지도자들 2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치인의 대표자’ 모습으로 서신을 보내기도 해 “오지랖 넓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 1월 13일에는 신년사 대신 ‘대한민국 비상경영 3대조치’를 제안하면서 일종의 공약 발표가 시작됐다. 이어서 2월 21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한국지방자치학회 통계학술대회’ 특강에서 “대통령실,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을 세종·충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공약을 내놨다.
3월 5일에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5가지 빅딜을, 3월 7일에는 간병 국가책임제를 위한 4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실질적인 공약발표 릴레이를 펼쳤다.
이재명 대표와는 중도확장 관련해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지난 2월 6일 이 대표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실용적인 측면에서 거론한 노선 확장과 관련, 김 지사는 이념의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의 행보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경기도 내에 주 30시간만 일하면서도 연봉이 높은 기업인 ‘브레인 벤쳐스’를 방문해 이 대표의 실용적 행보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앞으로 두 달도 남지 않은 조기대선을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 1대 주주인 이재명 대표에 도전하는 김동연 지사와 김 지사 대선캠프의 주류인 친문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