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화 오너가.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지난 3월 31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것에 대해,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편법승계 방식을 마지막에 정면돌파하는 모습으로 물타기 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김 회장의 ㈜한화에 대한 지분 22.65% 가운데 반인 11.32%를 큰아들 김동관 부회장에게 4.86%, 둘째 김동원 사장에게 3.23%, 셋째 김동선 사장에게 3.23%씩 증여하기로 하면서, 세 아들의 ㈜한화에 대한 지분은 기존 9.19%에서 20.51%로 확대돼 1대주주에 등극하게 됐다.
여기에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22.16%를 합하면 세 아들의 ㈜한화에 대한 지분은 실질적으로 42.67%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에 아버지 회장의 지분 승계에 따라 세 아들은 정당한 상속세를 내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20년 동안 만들어온 편법승계의 마지막 작은 돌 하나를 얹는 것으로 정면돌파 코스프레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재벌의 모습에 정부의 손에 넘겨진 상법개정안 역시 일반주주 보호 및 건전한 기업경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 대한 편법승계는 장남 김동관이 22살이고 막내 김동선이 16살 때인200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현재 세 아들 후계구도의 중심에 서있는 한화에너지의 전신인 당시 그룹의 IT사업을 담당하던 한화S&C(한화시스템) 지분 66.7%를 장남 김동관에게 넘긴 것이 시작이다. 이어서 김 회장은 나머지 33.3%를 둘째와 셋째에게 각각 16.5%씩 싼 값에 증여했다.
문제는 당시 증여하면서 주식가치를 주당 5100원으로 산정했는데, 시장에서는 터무니 없이 싼 가격으로 정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김 회장이 시장가치가 최소 1만1669원 최대 3만308원짜리 주식을 헐값에 아들들에게 넘겼다면서 검찰에 고발했다.
결과적으로는 법원이 한화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재까지도 주주가치를 무시한 재벌가 편법 승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20대 초에서 10대 중반까지의 세 아들은 그래서 한화에너지의 전신인 한화S&C의 100% 대주주가 된 것이고, 이 한화S&C는 수차례의 기업 쪼개기를 통해 한화시스템과 한화에너지로 나뉘었다.
그래서 현재 한화에너지 지분은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지게 된 것이고, 한화S&C에서 떨어져나간 한화시스템은 2024년 기준 연 매출 2조8037억원에 영업이익 2193억원, 당기순이익 4454억원을 낸 회사가 됐다. 한화시스템의 지분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6.73%, 한화에너지가 12.80%를 들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화에 대한 세 아들의 지배권 확보 과정 역시 편법 투성이다. 지난해 7월 세 아들의 지분 100% 회사인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매수기간은 2024년 7월 5일부터 24일까지고 매수규모는 600만주로서 ㈜한화 주식의 8% 수준이다. 공개매수가는 주당 3만원으로 공시 하루 전 ㈜한화 주가 2만7850원의 약 10% 할증한 수준이다.
당시 할증률에 있어서 논란이 있었는데, 보통 대주주 일가의 공개매수일 경우 할증률은 적어도 20% 이상은 해야하는데 10% 할증률이라는 것은 헐값매수라는 지적이었다.
그동안 기업들의 공개매수 할증률 사례를 보면, 락앤락 25.6%, 한솔로지스틱스 24.59%, 제이시스메디칼 23.57%, 커넥트웨이브 22.60%, 신성통상 20.04% 등이다. 한눈에 봐도 평균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할증률이었다.
공개매수 전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은 9.71%에서 공개매수 후 8% 지분을 확보해 17.71%가 된 후 꾸준히 지분을 확보해 현재 22.16%까지 늘어났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7월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 ㈜한화 주가는 4월 1일 오전 현재 4만50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당 50%가 상승했.
승계구도 마지막 퍼즐인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공식적으로 받기 위한 삼형제의 자금 마련 등 한화에너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올 2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1조3000억원을 인수한 배경 역시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을 위한 조치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한화오션은 지분 7.3%를 매각한 자금 약 1조3000억원을 한화에너지에 1236억원, 손자회사인 한화임팩트에 8800억원, 해외법인 한화에너지 싱가포르에 2884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52.07%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이고, 한화에너지싱가포르 역시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다.
결과적으로 이들 세 기업 모두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소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와 관계있는 기업들로 여기에 1조3000억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이 현재 절차상 하자로 금감원에 제동이 걸려있지만, 우리나라 유상증자 사상 최대규모인 이 유증이 실현될 경우 삼형제의 주머니는 빵빵해지고 한화그룹에 대한 지배권은 절대적인 상황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화가 이번처럼 아버지 회장의 지분을 공식적으로 상속한다고 밝히면서 상속세를 물고 승계를 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서 시장에서도 뭐라 시비를 걸 수 없지만, 그동안의 편법 승계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에 정부나 관련 경제단체들 그리고 당사자인 기업들이 반드시 귀를 기울이면서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화의 이러한 꼼수 승계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현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들고있는 ‘상법개정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논란을 거론하며 “우리 자본시장이 이렇게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는데도 기어이 (상법개정안) 거부권을 쓸 것이냐”면서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위 상장회사가 얼마 전 자녀 소유 회사에 지분 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커진 것과는 달리 재벌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가, 제 주머니의 돈만 세는 천민자본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상속세 최고세율 축소라든지, 주주가치를 보장하겠다는 상법개정안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히 정부가 국민이 아닌 부자들 편에서 정책을 편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그런 정부는 분명히 국민의 신뢰를 잃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