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집 팔아서 상속세를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상속세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 상속세법 개정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속세 논쟁이 탄핵 정국 속에 갑자기 뜨거워졌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개편안을 준비해왔지만, 지난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가, 근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발언 속에 상속세가 자리 잡으면서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현행 상속세는 1997년에 만들어졌으니까 2025년 현재 28년 된 오래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손을 볼 필요는 있지만, 이 이슈가 갑자기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아무래도 이재명 대표의 중도확장을 위한 정책 변화가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상속세 감세 목소리와 합쳐지면서 힘을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최고세율과 가업상속세공제액 한도까지 건드리려고 하면서 부자감세 지적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년이나 된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보니 불합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세수 확보의 중요성과 세금이 가지고 있는 형평의 기능이 무시될 경우 그 부작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즉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재벌들의 대물림이나 수퍼리치에 대한 감세 카드를 내놓게 될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다.

상속세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세수의 4.5%인 15조원으로서 대부분 국민들과는 동떨어진 세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2015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집값으로 인해 잠재적인 대상자가 크게 늘면서 이젠 국민 상당수가 상속세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중산층 표심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템이 됐다.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그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대상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2025년 현재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는 서울의 아파트는 77만2400가구로 전체의 39.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있다. 앞으로 2030년이 되면 대상 아파트는 175만3000가구로 서울 전체 아파트의 80%가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상속세 대상 아파트는 현재 5.9%에서 2030년이 되면 16.8%로 3배 늘어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위 중산층이라고 하는 10억원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속세 가시권에 들어가게 됐고,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하게 될 경우 집을 팔아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행 상속세 공제 기준은 일괄공제 5억원에 배우자 공제 5억원으로 10억원까지 공제한도 내의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10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액에 따라 10%~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자녀의 경우에는 현행 자녀공제 5000만원이지만 기타 공제조항에 따라 과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상속세법 개편안을 내놨는데, 양 당 모두 배우자공제는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일괄공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10억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8억원으로 상향시켰다.

민주당 기준으로는 18억짜리 아파트, 국민의힘 기준으로는 20억짜리 아파트까지 배우자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자녀공제를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냈다. 이 기준으로는 15억짜리 아파트를 자녀가 상속받았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상속재산 규모별 신고현황을 보면 상속세 부과 대상의 42.9%가 10억~20억원 사이이고, 14.9%가 20억~30억원 사이다. 이들 구간이 전체의 57.8%에 달하면서 공제한도 상향에 따라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상속재산 과표가 30억원 미만일 경우 40%의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공제한도를 늘려주면 이들 구간에 있는 사람들의 상속세가 면제된다는 얘기가 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과표에 대해서는 현재 50%의 세금을 물린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내놓은 최고세율과 가업상속공제액 한도 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한도를 현행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두 배 올리겠다는 것이다.

당장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p 내릴 경우 세수는 1조8000억원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 금액 기준으로 30억원 이상 대상자가 전체 상속세의 95%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 논의되고 있는 개편안은 현행 상속세인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이다. 유산세는 피상속인 기준이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기준으로서 유산세 대신 유산취득세를 부과할 경우 세금은 약 30% 더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가업상속공제한도를 현행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올릴 경우 기업규모 1200억원 미만의 사업체를 물려받는데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된다. 그야말로 수퍼리치에 대한 감세라고 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한도는 1997년 상속세 제정 당시 1억원에서 꾸준히 올라 현재 600억원까지 올라있는 상황이다. 다른 부분에 대한 공제한도는 28년간 그대로인데 가업상속에 대한 공제한도만 높여온 것이다. 이것을 1200억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은 다분히 부자(재벌)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럴 경우 세수감소도 큰 고민이 된다. 지난 2023년에는 56조4000억원, 2024년에는 30조8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났다.

상속세를 깎아주는 대신 어디에선가 세금을 더 걷어들여야 하는데, 무슨 대안이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든 지 28년 된 상속세법을 현재 기준으로 손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세금을 깎는 대신 충당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고, 조세형평의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될 것이다. 상속세는 자본이득과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인 만큼 사회정의를 위해서라도 엄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특히 재벌감세로 부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봉건시대적인 잣대는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