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지혜는 '모방-사색-경험'의 삼위일체가 돼야 얻어진다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5.01.14 09:49 의견 0


공자는 지혜를 배우는 방법으로 사색, 모방, 경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사색은 가장 고상하고, 모방은 가장 쉬우며, 경험은 가장 어렵다'는 게 공자의 가르침이다.

모방이란 책을 읽고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무조건 따라하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주체성'이 없다. 음식을 먹었는데 전혀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깊이가 없이 무조건 따라하면 된다는 '자기 계발서' 등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1만시간의법칙' 즉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은 말짱 거짓이다. 해당 분야에 재주가 없는 사람이 무조건 시간만 투자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지 않고, 인생 낭비에 그친다.

사색이란 공부한 것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비판이란 타인을 공격하는 비난과 다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나만의 생각을 갖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우리 사회는 비난을 비판으로 잘못 이해하고 타인 공격에만 힘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안 없이 공격만 하는 게 지식이라고 뽐내는 가짜 지식인들도 참 많다. 그들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대하거나 논쟁하기 위해 독서하지 말라.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도 독서하지 말라. 그저 자신이 생각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독서하라.”

경험이란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필자는 '젊은 시절의 가난, 20대 시절의 군대, 30~40대 시절의 결혼과 자녀 양육' 3가지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난이야 부유한 환경에 태어나면 겪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런 사람은 대체로 빈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이 안보 의식이 투철할 리 없고, 결혼과 자녀 양육의 경험을 갖지 못한 사람이 '세상사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는 진리를 알 턱이 없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양가집 도령(규수)'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이 말에 크게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양가집 도령(규수)이란 양(良)과 가(可)가 즐비한 성적표를 받아오는 자녀를 의미한다.(그런 면에서 군 경험이 없는 사람(의무복무자인 남성에 한함)이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지도자가 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모방-사색-경험을 모두 갖추지 못한 사람은 외골수가 되고 소위 '꼴통'이 된다. 다음은 동아일보 2025년 1월 14일자 기사

‘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로 요약하면 딱 들어맞는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성을 딴 심리학 용어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더닝과 크루거는 논문을 발표한 이듬해인 2000년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다소 익살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이들의 연구 결과는 알고리즘에 갇혀 정보 편식이 심각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열리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더닝 크루거 효과를 꼽았다.

▷더닝과 크루거는 미국 코넬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절대적 점수와 상대적 석차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가장 점수가 낮은 집단(하위 25%)이 실제 점수와 석차보다 자신을 가장 높게 평가하더라는 것이다. 이 집단은 평균 9.6개를 맞혔지만 14.2개를 맞혔다고 생각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이들의 평균 석차는 88등이었지만 스스로를 32등으로 평가했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얘기다. 가장 점수가 높은 집단(상위 25%)은 평균 14등이었지만 32등으로 평가해 그 반대였다.

▷시험을 잘 봤다고 으쓱하며 돌아온 아이의 성적이 처참하거나, 주식 초보자가 몰빵 투자하는 이유다. 문제는 SNS 시대가 도래하며 더닝 크루거 효과가 개인의 실패를 넘어 사회의 실패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필터링된 편향된 정보만 보는 ‘필터 버블’과 더닝 크루거 효과가 결합하면 허위 정보나 음모론에 쉽게 빠져든다. 음모론이 증폭될수록 사회는 극단으로 분열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자라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 부정선거를 파헤친다” “선거 조작범으로 중국공산당 요원을 체포했다” 등의 거짓 주장을 펼치는 극우 유튜버가 극성을 부린다. 이들의 황당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보수 성향 고령층만이 아니다. 구독자 20만 명 이상 극우 유튜브 시청자를 분석해 보니 10∼30대가 50∼80대보다 많이 봤다. 학력이나 경력도 상관없다. 중국의 선거 개입을 믿는 일부 교수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퇴직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모여 부정선거 단죄를 주장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지하고 무능할수록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피하려면 충분히 공부하고, 그 지식을 의심하며, 다른 의견에 열려 있어야 한다.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극우 유튜브의 열혈 애청자임을 자인한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도 더닝 크루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도자의 지적 게으름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코라시아,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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