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 이은 향후 정치 및 경제 불확실성, 그리고 내년 1월 취임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시즌 2에 대한 공포감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4년 만에 가장 낮게 나타나면서 2025년 기업 경영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으로, 최근 발표한 2023년 폐업 수는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이 폐업 공포에 빠져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 보다 4.5p 내려간 87.0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20년 9월의 8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하락폭은 2023년 1월의 5.6p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CBSI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6월 95.7, 7월 95.1, 8월 92.5, 9월 91.2, 10월 92.1, 11월 91.5로 11월까지 90대 초에 머물다가 12월 들어 87.0으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내년 1월에 대한 예상 기업심리지수는 82.4로 11월 조사에서 나타난 12월 기대지수 89.7보다 7.3p 떨어졌다. 제조업은 88.9에서 85.2로, 비제조업은 90.3에서 80.3으로 떨어졌는데, 특히 비제조업에서 10.0p 크게 떨어졌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인데, 내년 1월에 대한 기업심리지수가 전반적으로 비관적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비제조업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두드러졌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고전했다. 모두 소비 심리 악화와 관련이 있는 업종이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도 83.1로 전월보다 9.6p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21.2%) 이후 4년 9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의 확대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으로 제조업 심리지수가 위축된 것으로 보이고, 내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그리고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체감경기 관련 지수가 악화하고 있는 바탕에는 지난해부터 대두되고 있는 경기 불황에 따른 폐업자 증가 등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폐업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물가와 소비둔화에 따른 서비스업황 부진이 내수시장을 덮쳤다.
지난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천명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 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률은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이 높게 나타났다.
음식업 등에서 폐업률이 높은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37.3%에 달할 정도로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경총은 해석했다.
또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0%)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이유를 묻는 말에 '사업 부진'을 택한 비율은 48.9%로 가장 많았고, 이는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연령별로는 30세 미만이 19.8%, 30대 13.6%로 2030세대가 33.4%로 사회 초년생들의 창업자 폐업률이 타 연령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편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창업자 수는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창업자수는 2020년 148만4667건에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는 123만8617건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62만27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창업자인 65만504건에 비해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강 달러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무역 전망이 어두워지는 한편, 내수 시장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심리적인 위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내년 글로벌 정치 및 경제 변수들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경영 전략 방향 잡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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