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전 국민이 놀라고 부담스럽게도 우리나라가 때 아닌 국제적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다행히 같은 시기에 프랑스 하원이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내각 총사퇴 사태가 벌어져 관심을 분산시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향후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 등 험로가 이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45년 만의 계엄 선포고, 프랑스는 62년 만의 정부 불신임안 가결이다. 두 나라 모두 기록 한 개씩 추가시켰다.
계엄선포에 이은 계엄해제 그리고 이어지는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국가위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도민 민생 및 도 행정에 집중해야 할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계엄·탄핵 정국에 편지를 들고 나서는 등 정치적인 행보를 본격적으로 보이면서 주목 받게 됐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현재 도지사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본격적인 중앙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고 국격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지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외국정상, 주지사, 국제기구수장, 외국투자기업 등 25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믿어달라, 정치지도자로서 약속드린다’라는 내용의 긴급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편지 내용은 “오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이 편지를 드린다”면서 “먼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상황이 국가차원에서 잘 마무리 되어 국민들은 안정을 회복하고 차분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국민들은 평소와 같이 일상에 임하고 있으며, 경제산업 전 부문이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기본이 탄탄한 나라이며 특히 위기상황에 강해지는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 측은 편지 발송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에 이어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와 민생, 외교가 방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동연 지사가 선제적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지 내용에서 경기도 내용만 드러내면 국가 위기를 맞이한 대통령의 워딩이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국가 대표선수 멘트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국민을 향한 쿠데타에 분연히 그리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대통령에 대해 쿠데타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앞으로 탄핵 정국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글로벌 주요 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 지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국내 상황이 진짜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관계자들은 모두 우리의 경쟁자들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경기도의 도지사로서 경기도 행정에 최선을 다하는 등 본분에 충실하면 그 성과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기가 해결되고 국격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편지를 통해 정치적인 입지가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경쟁자들만 자극할 뿐이고, 오지랖 넓다는 화살만 맞을 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역시 지난 4일 각국 재무장관 및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및 금융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금융시장이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는 내용으로서 “현재의 사태에 대해 관련 부처간 협력을 통해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경솔하고 어설픈 처신일 수 있다. 앞으로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셔 경제 수장 입장에서 섣부른 판단이고 어설픈 처신이다.
경제수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지표로 하면 될 것이다. 각국의 관계자들이 그 편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 지를 심도 있게 생각한다면 편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책임자로서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각종 지표로 보여줘야 한다. 오히려 편지로 인해 한국이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흔한 고사성어가 있다. 언제든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지나친 정치적인 욕심이나 지나친 행동은 오히려 나와 나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깨달아 주길 바란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이나 정부 관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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