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시작, 전개될 경제 리스크는?

-탄핵 및 정권교체 등 변수들에 따라 국제 평가 엇갈려…주가와 환율이 말해줄 것
-갈등 기간이 길어질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본격적으로 작동…신용도 강등 우려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2.05 10:31 의견 0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6시간 만에 해제를 발표했다. 이후 야당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펼쳐지면서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기간을 최소화 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3일 밤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계엄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번져가는 정치 상황에 따라 국내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대통령실 전원 사임에 이어 내각 총 사퇴 등 움직임에 따라 정책 공백 가능성이 높아져, 그에 따른 시장 관리 능력 상실이 당장의 우려 상황이다.

이어서 야당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했고, 이어지는 표결 절차 등 탄핵정국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국가 리스크는 과거의 사례로 볼 때 국가 신용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 통수권자에 대한 탄핵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이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에게는 가장 민감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인 2004년 3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2개월 간 코스피는 9.5%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6.2원 상승한 바 있다.

2016년 10월 1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약 2개월 간 진행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주가는 0.2% 떨어졌고 환율은 46.5원 올라 환율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이 시작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선고할 때까지 기간인 2016년 12월 15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 3개월 동안 코스피는 3% 올랐고 환율은 26.5원 떨어져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탄핵은 시장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소이고, 정권이 정상적인 일정과는 다르게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요소는 극대화 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사태 다음날인 지난 4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약 4300억원을 팔고 나갔고, 선물 시장에서도 2200억원 매도에 나섰다.

특히 정권이 불안해졌다고 판단하면서 정부 주도 정책과 관련 있는 종목들이 크게 떨어졌다.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4일 윤 대통령과 관련 있는 대왕고래 관련 종목인 한국가스공사 18.75%, 포스코인터내셔널 12.62 떨어졌고, 친 원전 정책이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10.17%, 비에이치아이 17.85%, 한전기술 15.77%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 9월 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밸류업지수 관련 주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그 중 대표 종목들로 신한지주 6.56%, 삼성화재 4.94% 우리금융지주 2.79% 떨어졌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 관련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과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로 인해 정부 역량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와는 지독한 악연이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다. 지난 1997년 IMF사태 당시 한국의 신용평가를 처음으로 떨어트렸고, IMF 자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4번 떨어트린 곳이다. 심지어 IMF 자금이 들어온 이후에도 추가로 한 번 더 떨어트린 평가사다.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리와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기업들이 망하면서 엄청난 실업자를 양산시켰다.

이번에도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도를 떨어트린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떤 위험에 빠질 지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지난 밤 미국의 로이타통신의 보도 내용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로이타통신은 “그동안 한국이 경제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그 원인이 궁금했는데 지난 밤 계엄령사태 같은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됐다”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시장으로 폄하했다.

다행히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신용평가사도 있었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S&P는 “한국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만에 국회의 의결에 따라 해제한 것은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면서 “투자 결정에 부정적 여파는 있을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탄핵과 관련해 대통령이 조기 퇴진 할 것이냐에 모든 정책 변수들이 움직일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불안한 정국을 빠른 시간 내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교착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금융시장에 대한 악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외국 자본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현재 대통령의 탄핵을 준비하고 있는 야당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인 목적과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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