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롯데, 모라토리엄 선언 루머에 힘이 실리는 이유…문제는 ‘실적’

-롯데, 제2의 대우사태 오는 것 아니냐는 루머에 대해 “근거없다” 공시
-롯데케미컬, 롯데쇼핑, 호텔롯데 경영 최악 상황 이어지면서 그룹 신뢰도 추락
-롯데건설은 잇따른 사업 포기로 손실 눈덩이, 공동투자자에게는 손실 안겨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19 10:03 의견 0
롯데그룹 위기설이 루머로 돌면서 롯데 계열사 주가가 폭락했다. 롯데는 루머에 대해 근거없다고 부정하면서 유포자에 대한 법적대응 할 것도 공시했다. 그러나 현재 롯데의 주요 계열사 유동성이나 실적이 심각할 정도여서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진=롯데

지난 18일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비롯한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롯데의 해명보다는 루머의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부터 증권가와 온라인 등에서는 롯데가 유동성 위기로 부채상환 불능으로 다음 달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유통 계열사 중심으로 직원의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루머가 증권가정보지를 통해 돌았다.

이에 월요일인 18일 주식시장에서 롯데그룹 관련주들이 개장과 함께 곤두박질 치면서 롯데그룹이 서둘러 공시를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날 롯데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롯데케미칼 -10.22%, 롯데쇼핑 -6.6%, 롯데지주 -6.59% 등 그룹 3대 주요 계열사 주가가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상승마감 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9일에는 주가가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루머에 따른 그룹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위기의 중심에는 늘어나는 유동부채와 실적부진

루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진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이해된다.

해명을 하려면 현재 그룹 주요계열사의 문제가 되고있는 유동부채와 실적악화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롯데쇼핑의 유동부채는 11조383억원으로2021년 8조9942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21년 4조1438억원에서 2024년 5조3255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2023년 5조9065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그룹 리스크의 한가운데 있는 롯데케미칼은 2021년 4조5791억원에서 2024년 현재는 8조6692억원으로 두배 가량 늘어났다. 지난 1년 사이에만도 2조원 넘게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실적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3년간 매출은 매년 2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적자가 심각하다. 영업손실은 올해 전망치를 포함해 2022년부터 3년간 총 1조5833억원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조1838억원 대비 3.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22% 늘어난 1709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68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1743억에서 손실로 전환됐다.

호텔롯데 역시 면제점 사업이 쇠락하면서 실적 역시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부채가 39조원이지만 올해 그룹 전체 예상 당기순이익은 1조원에 불과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다는 루머의 내용에 합리적인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해명공시를 하려면 이러한 수치들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가지고 있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놨어야 했다. 전혀 황당한 루머라고 판단했다면 그냥 무시했어도 되는 사항이었는데, 발끈해서 공시를 통해 법적대응까지 운운한 것은 뭔가 심각한 병이 발병했다는 반증이 되고있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건설, PF 사업 중도포기로 인한 시장 신뢰 잃어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격으로 있는 롯데건설의 PF발 위기 역시 공식적으로 수치를 가지고 해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상반기 PF 우발채무는 총 4조894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초단기 고금리인 제2금융권 브릿지론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PF발 그룹위기설까지 나온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건설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미착공 프로젝트의 손절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대전 도안지구 35블록에 사업비 2800억원 규모의 오피스텔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후순위 채권 300억원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또한 사업비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전북 전주시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지난달 11일 롯데건설이 만기 도래한 시행사의 대출금 1046억원을 시행사 ㈜자광을 대신해서 변제하면서 이 사업에서도 발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있다. 시행사가 일으킨 2347억원 중 롯데건설이 채무인수 약정을 맺은 금액이 1046억원이다.

공동사업 형태로 참여했다가 중간에 발을 빼면서 롯데건설은 개발사업 업계에서 신용이 땅에 떨어졌다.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기관에서 대출금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uult)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공동투자사들은 대출금을 갚거나 파산해야 한다.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 가능성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러한 상황들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의 위기설은 끊임없이 이어져와 이번 루머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롯데그룹이 이번에 침소봉대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진짜 뭔가 있는 것 아니야”란 말이 돌고있다.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비상경영 선언도 알맹이가 빠져 이미 손 쓸 대책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비상경영 선언 이후 롯데그룹의 변화가 어느 것도 감지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 리스크에 더해 그룹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밀려오는 분위기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 정점에 있는 일본 광윤사에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아들 신정열이 지난 10월 임원으로 등재됐다.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28.14%를 가진 1대주주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 이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가지고 있는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고, 5.96%를 가지고 있는 임원지주회가 신 회장 사람들로 구성돼있지만, 롯데그룹의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들 종언원지주회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지 알 수 없게 된다.

현재는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등재돼있어서 신동빈 체제가 굳건해 해보이지만 롯데 지주사 입장에서는 그룹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언제든 물을 가능성이 열려있다.

제조, 유통, 건설 등 전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오픈시키고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따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어렵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돌았고, 특히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의 어려움으로 롯데그룹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면세점 사업도 어려워지면서 롯데 유통 부문도 무너진다는 말이 더해져, 이런 루머가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비상경영 대안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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