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력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사장들이 물러났는데, 두 사람 모두 주택 및 개발사업 전문가들이어서 눈길이 쏠린다. 이번 11월에 물러난 현대건설의 윤영준 사장과 대우건설의 백정완 사장 모두 개발사업본부장이나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하면서 두 회사의 주택 관련 사업의 영역을 확장한 과거 공신들이었다.
특히 현대건설의 윤 사장은 주택사업본부장 시절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1,2,4주구를 수주해 현대건설의 자존심을 세운 데 이어, 총 사업비 7조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고, 올해 들어서는 서울 여의도 재건축의 1호로 상징성 있는 한양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는 실적을 올려 현대건설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정비사업 1위로 올려놓은 공신이다.
윤 사장은 과거 주택사업본부장으로서 현대건설 주택사업을 이끌면서 정주영 회장 시절의 현대아파트 자존심을 세운 공로로 2020년 12월 현대건설 사장으로 발령받았던 인물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임기 3년을 마치면서 임기연장에도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나친 개발사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윤 사장의 입지가 위축됐고, 특히 윤 사장이 오랜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인창개발과 함께 추진한 사업에서 심각한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큰 손실에 노출되면서 윤 사장 책임론이 대두됐다.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으로, 강서구 가양동 92-1 일대에 최고 14층 높이의 지식산업센터와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인창개발과 2019년 말 컨소시엄을 꾸리고 1조501억원에 부지를 매입한 이후 아직도 첫삽을 뜨지 못한 애물단지 사업이다.
현대건설의 책임준공이 들어간 공사로 최근 3조원의 본PF가 성사단계에 들어가 브릿지론 리스크 등 우발채무에서는 어느정도 해방이 됐지만 그동안 들어간 이자비용 등 사업에 따른 적자가 불보듯 훤한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말 현대건설은 인창개발에 1조6940억원 규모로 연대보증을 섰다.
결국 정비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의 공으로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인창개발과의 지나친 유착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안기면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달 5일 사장 교체에 나선 대우건설 역시 비슷한 경우가 교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대우건설은 올해로 3년 임기를 마치는 백정완 사장을 퇴임시키고 정창선 그룹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다음 사장으로 지명하는 인사를 냈다.
백정완 사장 역시 대우건설 주택 및 건축사업의 일등공신이었다. 주택사업본부에서 잔뼈가 굵은 백 사장은 대우건설의 굵직한 주택사업 일선에서 진두지휘 해왔다.
그러나 근래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 공사가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이 공사는 대우건설 출신인 황 모 씨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대우건설의 오너인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 쪽에서 사업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 사장이 자신감을 보이면서 밀어붙여 결국 최악의 미계약 사태가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3724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이번에 1단계로 1681가구를 분양했다. 청약 결과는 1, 2순위 일반분양 1259가구 모집에 1552명이 신청했지만, 대부분 기타지역 청약이어서 실제 계약으로 연결이 안되면서 초기 계약률은 10% 안팎을 기록해 결국 조직분양에 들어갔다.
문제는 앞으로도 2000가구 이상을 더 분양에 나서야 하는데, 자칫 대우건설 경영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백 사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가 백사장의 사장 연임가도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주택을 비롯한 개발사업은 크게는 경기 전반의 흐름, 적게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항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리드타임(프로젝트 진행 기간)이 길면서 미래 예측이 벗어날 경우 그 리스크는 고스란히 손실로 연결된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이나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 모두 개발사업의 대가로 인정받는 인물들이지만, 결국 그로인해 사장자리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맞게 됐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부른 화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모두 전통적으로 건설업계에서는 강자로 이름을 날린 건설사들이지만, 두 회사 모두 과거 망한 이력이 있었던 만큼 리스크관리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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