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중 직원 횡령 1위의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수십억원대 금융사고가 또 발생해 그동안 재발방지를 비롯한 기업 쇄신을 약속했던 임종룡 회장의 반성은 말 뿐인 허언이 됐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일은 올해 3월 14일로 우리은행은 이런 사실을 지난 15일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대출 과정에서 부동산 매도인과 매수인이 이면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에 고지하지 않아 대출 금액이 실제 분양 가격보다 더 많이 나가게 된 사건이라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4번째 사고이고, 지난 10월 임종룡 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반성의 모습과 함께 기업 쇄신을 약속한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된 사건이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금융사고가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현 경영진 책임론에 "제가 잘못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횡령 등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지만 조직의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기업 문화 혁신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실질적으로는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금융사고 이전에도 올해만 들어서 3건의 사고가 더 있었는데, 지난 6월 경남 지역의 한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고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월 16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뒤늦게 공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이번과 비슷하게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의 횡령 및 금융사고는 전직 회장의 친인척까지 나서서 저지른 사고까지 있어서 근본적인 모럴해저드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이러한 우리금융그룹의 잇따르는 사고에 대해 “금융감독기구인 금감원의 역할이 과연 있기는 한거냐”란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우리은행에 대한 안이한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9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대규모 부당대출을 적기에 발견하지 못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질타하면서도 실제 제재에 나서지 않아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임 회장에 대한 처리를 우리금융그룹의 이사회에 떠넘기면서 임 회장의 셀프 면책의 길을 열어줬다.
이 원장은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판단은 이사회와 주주가 할 몫이지 저희들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이사회는 사실 임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유일한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는데, 이들 7명 중에 4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다. 윤수영, 지성배 이사는 2023년 3월 24일 선임돼 남은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이은주, 박선영 이사는 2024년 3월 28일과 26일에 각각 선임돼 남은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나머지 정찬영 이사는 2019년에 선임돼 내년 3월에, 윤인섭, 신요환 이사는 2022년 선임돼 2025년 3월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실제 이들 이사들은 그동안 임 회장의 경영에 대해 거수기 역할만 해 왔다. 우리금융지주의 2024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우리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올해 총 8번 열렸는데, 이사회에 제출된 총 23건의 의안이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모두 통과됐고, 경영 관련 보고는 23건 받았지만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2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대주주 임원들과 회사간의 이해상충행위 점검결과와 감사업무 추진실적 보고가 있었지만, 별도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그룹의 횡령이나 부정당대출 등 부도덕 문제점이 전국적인 지탄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6개 위원회 중 감사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직원 횡령 전국 은행 1등에 회수율 꼴찌, 거기에 전 회장 인척에 대한 부정당대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정작 감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임종룡 회장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중심의 인맥경영에 더해 인사 총괄 임원의 부산 대동고 출신을 둘러싼 부산대동고 인맥경영까지, 학벌경영도 도덕성 훼손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임종룡 본인의 사퇴를 비롯한 인적쇄신 없이는 우리은행의 무너지는 도덕성을 회복할 길 없다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지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로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기업에 손해를 끼쳤으면 당연히 배임 등의 문책을 물고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하는데, 끼리끼리 사람들에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잘 관리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임 회장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만큼 현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면제부를 주는 방식이라면 향후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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