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 사장, 애물단지 ‘토지임대부아파트’ 남기고 물러나

-3년 임기 마치고 14일 퇴임…남긴 ‘토지임대부아파트’ 앞으로 갈등 예상
-서울시 집값상승의 원인인 주택공급에 소홀, 매입임대에도 소극적 비난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16 10:59 의견 0
김헌동 전 SH 사장. 그는 지난 14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재임 기간 반값아파트 공급을 주장하며, 토지임대부아파트를 공급해왔지만 향후 가치변동과 임대료 갈등으로 인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 14일로 임기 3년을 마치고 물러나면서 “20~30년씩 장기근속하는 철밥통 공무원 카르텔을 깰 수가 없었다”는 말을 남겨 과연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전 사장은 2021년 11월 SH 사장에 취임한 후 올해 11월까지 3년의 정해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보통의 경우 서울시장의 임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임기연장을 하는데 반해 서울시에서도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에 나서면서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반값아파트’ 공급을 내세웠다. 하늘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잡으려면 반값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 공급가 거품을 제거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이 여러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내놓은 방안이 ‘토지임대부아파트’ 공급이었다. 토지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대신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는 것으로, 평당 건설비 900만원을 잡아 30평 기준 2억7000만원에다가 사업비 등 합해서 건물만 4억원대에 분양하고, 토지에 대한 임대료는 월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면 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실제 김 전 사장은 고덕강일 3단지 1, 2차에서 총 1100여 가구를 공급해 평균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고, 마곡 10-2단지에서도 260가구 청약에 나서 7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SH 본연의 임무인 서울 주택시장 안정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원리는 수요에 맞는 공급을 원활히 해서 과수요로 인한 집값급등을 막고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인데, 공급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서울 부동산 임대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심지어 연립주택 매입임대사업에 대해서는 집값 부추기는 주범 취급을 했다. 서울의 20평짜리 연립을 5억에 매입해주면, 그 가격이 버팀목이 돼 서울집값이 더 올라가고, LH(토지주택공사)는 수도권에서 7억원 이상에 분양해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가 주력으로 추진한 토지임대부아파트에 대해서도 허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SH 전직 임원은 “건물만 건설원가가 2억원이라는데 3억5000만원에 토지 빼고 건물만 분양한다고 한다. 청약접수자가 2만명 이상 몰렸다고도 한다. 사업시행자는 수익률이 무려 75%인 셈이다. 한동안 반값아파트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건물만 분양"이라고 법에도 없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3기 신도시에 땅 내놓으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짝퉁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 임원이 지적하는 요점은 토지임대료로 매달 80만원씩(토지임대료가 40년동안 불변일때를 가정, 감정가격 기준이므로 당연히 오르겠지만) 낸다고 하면 40년동안 원금만 3억8천 400만원인데, 이를 연이율 2.5%로 계산하고 80만원씩 40년동안 적금을 넣는다고 하고 복리도 아닌 단리로 계산해 보니 5억 4천700만원정도의 기회비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3억5천만원에 소위 건물만 분양인 아파트를 구입하면 실제 투입금액은 9억원 가까이 되니 40년뒤에 집값이 9억원이 되면 본전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장기전세주택이 20년뒤에 중산층을 무주택 서민으로 전락시키듯이 현재의 짝퉁 토지임대부분양아파트는 40년뒤에 감가상각으로 오히려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면 유주택 서민으로 전락시킬 것이고, 땅을 소유하지 못한 주택은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치는 갈수록 떨어진다는 논리다.

결국 토지임대부주택은 저소득시민들을 위한 주거사다리 기능도,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계층상승을 할 수 있는 자산사다리로서의 기능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의 이런 이상향적인 논리로 인해 서울시나 국토부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배척당하고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매체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토지임대부아파트에 대해)서울시 간부들은 별 관심이 없다. 시 공무원들 눈에는 이것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 아니라 '김헌동 정책'처럼 보인 것 같다. 혁신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찻잔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한번 들어가면 20~30년씩 장기근속하는 철밥통 공무원 카르텔을 깰 수가 없다. 그 카르텔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보여준 것이고, 나는 그걸 3년간 봐온 거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자 이미 지난해부터는 애초에 오세훈 시장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을 SH공사 사장 자리에 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오 시장의 서울시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의 한 축은 SH의 역할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나온 비판이다. 서울시는 현재 연립주택 및 아파트 공급부족으로 전국 부동산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아파트가 날로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고, 연립도 공급이 안되면서 서민 임대차시장도 무너졌다.

김 전 사장이 지금까지 분양한 토지임대부아파트이란 개념이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않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수많은 민원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개인 재산 80%를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 토지를 뺀 건물만을 가지고 재산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 앞에서 결국 김 전 사장은 성과 없이 초라한 뒷모습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H 사장에 선임 되기 전에 경제정의설천시민연합에서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과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건설원가 공개 등을 꾸준히 요구하며 정부 및 건설사와 갈등을 이어왔던 인물이었다”면서 “건설회사를 비롯해서 부동산 시장을 도둑의 소굴로 본 시각으로 균형감을 잃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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