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럼프를 이기는 법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1.14 11:12 | 최종 수정 2024.11.30 11:00 의견 0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아버지 트럼프보다 더 보수색체가 강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트럼프 시대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논리로 무장한 트럼프 주니어를 연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는 ESG 대신 EIG를 강조하는 성장지향주의자다.

지난 11월 5일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트럼프 시대에 대한 연구와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다가오는 트럼프 시대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행보가 심상치 않다. 44세의 육군 소령 출신 방송 앵커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에 선임한다든지, 일런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장관급)에 앉히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기관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요 미션은 감축이다. 헤그세스가 소령 출신에 80년 생이니, 기라성 같은 60대 별들이 있을 자리가 없어지게 되면서 군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2만5000명의 군인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50대 초반인 머스크의 혁신 효과는 미국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머스크는 현재의 연방기관 428개를 99개면 충분하다면서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달러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2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조직에 칼바람이 예고돼있다. 실제 그는 과거 트위터를 인수해 X(엑스)를 만들면서 기존 인원 90%를 해고시킨 바 있다. 그러고도 X를 정상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앞에 두 사람만 봐도 앞으로 미국의 변화는 엄청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를 공부해야 하고 그와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 헷지다.

트럼프 당선자보다 더 트럼프 같은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다. 그는 아버지 트럼프의 사업적 정치적 감각에 더해 논리로 무장한 인물이다. 그래서 아버지 트럼프를 알기 위해서는 트럼프 주니어를 연구하는 편이 빠르다. 아버지를 이어 대권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우선 트럼프 주니어가 2019년에 쓴 ‘Triggered : How the Left Thrives on Wants to Silence Us’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에 부제를 제목으로 해서 ‘좌파가 우리 입을 막고 번성하는 법'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와있다. 엄청난 총기애호가 답게 제목을 ‘Triggerd’로 지은 것 같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책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거버넌스) 대신 EIG(Entrepreneurship, Innovation, Growth 기업가정신, 혁신, 성장)을 강조한다

즉 좌파들이 ESG라는 논리를 만들어서 세상을 사회주의로 물들이고 있다면서 국가나 기업은 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성장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가 추구하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축을 비롯해서 생태계 보존, 에너지효율 등, 인권 및 성평등 및 다양성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반부패, 기업윤리, 공정경쟁 같은 것은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본 것이다.

그대신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고용과 세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정신이나, 기존의 규칙이나 관행을 과감히 깨면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더 큰 목표를 이루게 하는 혁신, 그리고 그러한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성장동력이 세상을 바꾸는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인간의 역사를 위대하게 이끌어왔다고 주장한다.

다분히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국가와 경제 발전의 과정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세계의 역사가 EIG 추구에 빠지다 보니 발생한 불평등과 갈등 그리고 환경오염 등을 해소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성장의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해 태동한 것이 ESG인데, 미국이 다시 과거로 회귀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앞으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과 대화를 하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그들의 생각을 알고 그에 맞는 대화법을 써야 한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넘길 사항은 아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명예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 일이 끝나면 미국의 보수색채가 강한 벤처캐피털사인 ‘1789캐피털’에 파트너로 들어간다고 한다.

이 1789캐피털은 2018년부터 미국에 불기시작한 워크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투자회사로서, 1970년대부터 세계 경제기조의 중심에 있었던 주주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워크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들의 이익만을 챙기게 되면 사회적인 양극화가 심해져 불평등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주주 외에도 종업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경제논리로, 현재 ESG경영의 근간이 되는 경제이론이다.

이와 같은 철학적 배경을 종합하면, 미국은 미국 이익 우선으로 갈 것이고, 환경 문제는 뒷전이고, 약자나 약소국가를 위한 정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보다는 이윤을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혈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걸림돌은 트럼피즘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철학적 바탕에 대해 우리는 ‘설마’ 하는 안이한 자세로 대비를 할 경우 혹독한 시련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해야 하고, 그들의 코드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 앞에서는 ESG 아니고 EIG다. 그것이 트럼프를 이해하고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