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징검다리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합주에서 박빙의 판세 속에 공화당 트럼프와 민주당 해리스 후보 간에 업치락 뒤치락 한다는 그동안 여론조사와는 달리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압승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미국 47대 대통령에 올랐다.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받아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Fight”를 외친 강력한 그 모습으로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트레이드 효과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고, 특히 그동안 트럼프보다도 더 트럼프처럼 대선 운동에 나섰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는 14.75% 폭등했다. 트럼프의 상징이 된 비트코인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우리나라 환율도 크게 올라 1400원을 넘어섰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환율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율 불안은 한국경제의 큰 불안요소다.
이번 미국 대선을 놓고 미국의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박빙이라는 표현을 모든 여론조사기관이 선거 당일에까지 썼지만 결과는 크게 벗어났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결과가 연이어 달랐기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을 떨었을 수도 있지만, AI 기능까지 동원해놓고도 완전히 빗나간 예측치를 내놨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결국 미국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에 대한 어려움이 투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의 30% 이상은 선택의 조건으로 경제사정을 꼽았다. 해리스가 목소리를 높였던 낙태 옹호 관련 공약은 14%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간 미국의 물가는 연간 8% 이상씩 올랐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2%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바이든 정부 들어서 현재까지 20~30%의 물가가 올랐다. 올해 10월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 올랐다고 하면 결국 20% 이상 오른 물가에서 또 2%가 오른 것이 된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 서민들이 매일 사먹는 식품이나 매달 부담하는 렌트비 등은 훨씬 더 많이 올랐다.
펜실베니아를 비롯한 레거시 전통 제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러스트벨트 등 경합지역들에게는 전통적인 산업을 다시 실리고, 높은 관세로 미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의 목소리가 미래형 산업구조와 낙태 허용으로 여성인권을 강조한 해리스의 목소리보다 더 와닿았던 것이다.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공화당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대결을 벌였는데, 당시 클린턴이 들고나온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결국 어려운 경제에 지친 미국민들은 “강한 미국”을 내세웠던 부시 대통령 대신 클린턴을 선택했다.
당시 미국은 1991년 마이너스 선장을 기록했고, 물가는 4.2%까지 치솟았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내에서도 기업들 파산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었다.
이번 대선을 두고 지난 7월 미국 CNN 방송이 대선에서의 가장 중요한 변수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가 경제를 1순위 변수로 꼽기도 했다. 클린턴 당선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결국 “문제는 경제야”가 먹힌 것이다.
이러한 미국민의 민심은 바이든과 해리스에게 경제정책 실패를 묻고 등을 철저히 돌리고 트럼프에게 백악관은 물론 상원과 하원까지 모두 안겨줬다. 기존 보수성향의 대법원까지 합하면 트럼프는 행정과 함께 입법과 사법까지 모두 장악하게 됐다. 본인 말대로 스트롱맨이 됐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금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지하실이 있다면 더 내려갈 상황이다.
부정평가 가장 큰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만을 꼽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역시 “문제는 경제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무섭게 올라,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식당 대신 도시락이나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어려워졌다. 소상공인들의 원재료 주문이 줄어드니 식자재 업체들 역시 타격을 받고있다. 과일 야채도 값도 오르면서 소비가 줄어 전체 매상도 줄었다.
모든 것이 악화고리 속에 빠졌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어떤 선거를 치르더라도 여당의 패배는 불보듯 훤하다.
정작 문제의 핵심과 해결의 실마리는 모두 경제인데, 대통령 부인이나 가족 관련된 문제의 싸움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대통령이 이제는 쇄신해야 한다고 공식적인 담화문을 발표했겠는가.
경제에 집중해 서민의 생활이 웬만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국정운영의 목표이고 정권유지의 기본이다.
“문제는 경제야” 이것이 미국에서처럼 우리에게도 정치의 기본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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