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세수부족 분으로 예상되는 29조6000억원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각종 기금 특별회게를 활용하기로 하고 지방교부금을 감액하기로 하면서 이들 기금의 부실화와 지방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자칫 주택시장 역풍과 환율 리스크 여기에 더해 지방경제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 채무가 1134조인데 내년에는 1200조가 예상되는 등 부담스러울 정도의 증가추세에 있어서 국채 발행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딱한 처지에 놓여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올해 세수펑크 29조6000억원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면,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4조원, 외국환 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최대 6조원, 주택도시기금(주택기금)에서 최대 3조원, 국유재산 관리기금에서 3조원을 조달하고, 지방교부금을 당초 9조7000억원을 3조2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을 감액한다.
여기에 더해 편성 예산 중 최대 9조원을 사용하지 않는 등 총 29조6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세수펑크 대책 중 주택기금과 외평기금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주택기금은 국민들의 청약통장을 통해 들어온 국민들의 예탁금 성격으로서 정부의 돈이 아닌 일종의 빚의 개념이다. 이 돈은 어차피 청약통장 가입자가 주택 분양을 받게되면 가져가야 할 돈이고, 기금의 여유분으로는 임대주택 건설, 도시재생, 서민들에 대한 주거지원 등을 위해 쓰여지는 돈이기 때문이다.
누누이 지적했지만, 우리나라 국민 재산의 80% 이상이 비금융자산이고 그 중에서 특히 부동산 부문 비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동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매우 어렵고, 지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만큼 주택기금을 건드린 것은 앞으로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주택기금의 여유자금이 갈수록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01년 49조원이던 주택기금 여유분은 올 3월 현재 13조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부동산 시장이 서울까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점에서 쌀 독에 쌀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 몇 됫박을 꺼내 팔아서 장작을 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얼어죽지 않으려다 굶어죽는 경우를 맞이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청약통장 불입액 기준을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아파트 청약자격 단가를 올려서 쌀 독을 채우려는 생각이겠지만, 청약통장 시장은 이미 싸늘히 식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청약통장 가입자가 4만 명이나 줄었다. 원하는 아파트에 대한 청약 확률이 떨어지면서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외평기금에 손을 대는 것도 우려스럽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오늘 기준 1380원이다. 9월 30일 1307원이었으니까 한달 여 사이에 73원 올라 5.58% 올랐다. 환율 흐름상 심상치 않은 상승폭이다. 10월 말에는 14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 OECD국가들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 초저금리인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의 환율증가율이 1등이다.
그만큼 불안한 상황인데, 갑자기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은 환율 1400원까지는 별 문제없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환율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외평기금을 빼내 쓰려니까 그럴듯한 멍석을 깐 것이지만, 그 말 때문에 환율은 1400원을 곧 넘기게 생겼다.
최 장관 등 정부의 입장이 오죽하면 그랬을까는 이해가 간다. 오죽하면 한 달 전에 국회에서 최 장관이 외평기금 20% 범위 내에서 기금운용 계획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해놓고는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아예 6조원이라는 금액까지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달 전에 이미 외평기금을 빼 쓸 생각이 있는데 부인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갑작스럽게 결정 된 것이라면 땜질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방교부금 감액은 지방경제를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당초 계획인 9조7000억원 중 6조5000억원을 감액하기로 한 것이다. 이 부분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다.
지난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분배해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라고 말하면서 지방교부금 감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 상 지방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별도의 세목을 정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서 자주적으로 재원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진 지방의 경우 그 여파로 인해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땜질식이든 궁여지책의 원인은 세수 감소인데, 윤 정부 들어 세금 축소 정책을 지속적으로 쓴 결과이기도 한 측면도 짚어봐야 한다.
윤 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매년 감세법안을 내놨다. 특히 2022년에는 대폭적인 감세법안을 내놨는데, 법인세,종부세 등에 이어 올해는 상속 및 증여세 감세까지 내놨다. 모두 부자감세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당초에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모두 손을 봐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때가 있는데 지나치게 밀어붙여 그 부작용이 결국은 서민경제를 때리고 국가경제 기초를 흔들리게 하는 결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말로는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서민주거 안정이 최우선이다”면서 실제 정책은 반대로 간다면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증세를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감세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주머니 사정이 안좋으니 지방정부에 교통위반 딱지를 열심히 끊어서 재원을 조달하라는 방침이나 내렸다고 하니 참으로 허탈하다. 그렇게 조달하는 예산이 1조6000억원이라고 한다.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급하게 일을 봐야 하는 서민들이 주로 위반 대상일 것이다. 그것도 서민경제를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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