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동산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때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25 08:27 | 최종 수정 2024.10.25 10:33 의견 0
한 채에 수십억원 씩 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우리나라 사람들 개인적으로 가계재산의 80% 이상은 부동산이다. 10억원의 재산이 있다면 그 중 8억원 이상은 집을 가지고 있거나 주거를 위해 전세금으로 들어가 있거나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 부동산 정책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임기 5년 동안 부동산 대책을 25번이나 발표했겠는가. 공식적인 대책만 25번이지, 부분적인 대책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경제정책의 핵심은 집값 관리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까지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아파트값을 고민할 정도다.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빚내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우려돼 금리인하를 주저했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수백대 1의 경쟁률로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수도권이나 지방 분양시장은 찬바람이 일고 있다. 바로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기대감 차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는 삶의 둥지 차원이 아닌 투자의 대표적인 상품이 됐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 상황이다. 개인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우리나라가 80% 이상인 데 비해 미국과 일본은 모두 30%대이고 비교적 부동산 비중이 높은 영국이 50%대, 호주는 60% 정도다.

땅이 좁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전국에 빈집이 150만채 이상인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1년 이상 빈 집도 40만채에 이른다고 하니 집은 남아도는데 돈되는 집에 몰리는 것은 집이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아메리카 대륙에 거주한 인디언들의 땅에 대한 인식이 새삼스럽게 부러워진다.

현재 미국의 시애틀은 1850년 경 미국 인디언 부족인 수콰미시족 추장의 이름이었다. 당시 프랭클린 미국 대통령이 시애틀 추장에게 땅을 사겠다고 제안을 했을 때 시애틀 추장이 미국 관리에게 한 연설문은 한번 새겨들을 만 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것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빛나는 솔잎, 물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적에 그대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는 이 아름다운 땅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 산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우리가 이 땅을 사랑했듯이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그대들의 아이를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그동안 26주 연속으로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제 꺾이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또 바빠졌다. 가계부채 증가를 잡다보니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에 냉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대비 반토막으로 줄어들 태세고 10월 거래량은 올해 1,2월 수준으로 회귀할 분위기다.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적체량은 8만5000가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끝까지 집을 붙들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 무한정 공급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올 정도다. 예를들어 강남에는 용적률을 무한대로 풀어주라는 식이다.

무식한 소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그럴 정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부동산 개미지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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