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국민들이 또 갈팡질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서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정책으로 집없는 서민을 울렸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공사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현재 서민 주택 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에 대한 한도 축소를 시중은행들에게 지시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지난 18일,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디딤돌대출에 대한 규제를 잠정 유예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서민 주택실수요자들의 혼란에 따른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경우 최대 5억원 주택에 대해 2억5000만원, 신혼가구나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 생애 최초 구입은 80%까지 적용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생애최초 주택에 적용되는 LTV도 80%에서 70%로 낮아진다. 그간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소액 임차 보증금을 포함해 대출해 줬지만, 규제로 인해 지역별 소액임차 보증금을 차감하면서 대출한도도 줄어든다.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기타 2500만원이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자 이미 계약을 맺은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특히 새 아파트 계약하고 대출을 잔금으로 납부하려던 사람들이 갑자기 수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면서 “사채를 쓰라는 말이냐” “계약금을 날리란 말이냐” 등등 분통을 터트리는 민원인이 급증했다.
은행들도 역시 혼란에 빠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부터 17일 사이에 규제가 적용된 디딤돌 대출을 신청한 고객을 상대로 규제 전의 한도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재신청을 받기로 하는 등 은행 창구도 혼란을 겪고 있다.
실수요자나 은행 창구나 모두 혼란과 불만을 초래한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뭔가 쫓기듯이 졸속으로 시행하는 느낌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번 디딤돌 대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국토부는 어떠한 공문도 없이 은행에 전화와 메시지로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만 봐도 졸속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만일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은행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국토부의 꼼수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과 관련해 그간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없는 정책은 이번 만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고있어 상습범이란 비난을 받고있다.
지난해에는 '편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정부의 비판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끌어내렸는데, 올해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금융당국이 나서서 '엄격한 관리'를 내세우자 대출 수요를 줄인다며 다시 금리를 올렸었다.
그러나 이후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쉬운 방식을 택하지 말라'라는 엄포를 놓았고, 은행별로 연이어 가계대출을 옥죄는 비가격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 5월에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인다면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교통위험 우려자를 대상으로 하겠다고 번복했다. 65세 이상 1000만 인구의 공분이 두려웠던 거다.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제품 불량이나 유해물질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직구를 규제하겠다고 해놓고는 3일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일년에 7~8조를 주문하는 수백만 젊은 해외직구족의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공매도 관련 혼선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도도 떨어트렸다. 지난 5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에서 ”6월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할 계획이다”고 밝혀놓고는 다음날 대통령실이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서자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 한나라 문제 시절 어사대부인 조조(삼국지의 조조와는 다른 인물)는 조정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해 상소문을 통해 “홍수와 가뭄으로 백성들이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서 백성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아침에 내린 정책을 저녁에 고치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백성들의 몫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조정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가 ‘조령모개(朝令暮改)’다.
이번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선밥을 내놓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번 해보고 안되면 고친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받는 피로감, 고통은 엄청나고 무엇보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물며 모르는 길을 묻지 않는다면 결과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 아는 사람을 쓰든지, 잘 묻는 사람을 쓰든지 해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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