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은 어닝쇼크로 받아들이면서, 삼성전자의 앞날에 검은 먹구름이 꼈다.
지난 9월 18일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이 어른거린다’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시키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했는데 그 겨울이 몇 달 미리 온 내용의 쇼크가 왔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올해 4분기에 피크를 찍고 내년부터 실적이 악화돼 2026년까지 혹독한 반도체 겨울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삼성전자에는 그 겨울이 앞서 시작된 것이다.
실적 발표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사업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고객,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며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실적발표에 이어 사과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는 비단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치열한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현장에 삼성전자의 회장이면서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회장은 없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3국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석중이었고, 실적을 발표하고 경영진이 고개를 숙이는 8일에는 싱가포르에서 현지 기업인들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었다.
삼성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그룹의 총수가 자리를 비우고 대통령을 따라나설 입장이 아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당초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다른 일정을 내세워 명단에서 빠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정과 대비가 된다.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은 그룹 총수가 직접 챙기고 진두지휘해도 될까말까 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책임회피성 도피라는 생각까지 든다.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3% 줄어들었고, 시장전망치보다 크게 낮아 시장에서 어닝쇼크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는 기업쇼크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시장전망치 10조9570억보다 약 17% 낮아진 것보다 더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 수치다. 삼성전자가 분야별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도체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이 5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말 발표 예정인 3분기 영업이익을 6조7679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경쟁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면서 순식간에 영업이익 격차를 2조원 대로 벌린다는 계산이다.
더욱 문제는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약 2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SK하이닉스의 예상매출은 18조1262억원으로 예상치가 나와 영업이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예상치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37.3%인데 반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영업이익률은 22.7%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게 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삼성전자가 극복해내야 하는 몇가지 해결과제가 있는데, 우선 아직도 엔비디아 향 HBM반도체를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SK하이닉스를 포함한 HBM반도체 기업들과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 5월 로이터 발표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엔비디아가 수율과 발열 문제로 인해 탈락시킨 이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통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기술적 결함이다.
두번째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개발한 3나노 반도체의 수율이 기준에 미달해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후발로 3나노를 내놓은 TSM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파운드리 공장 셧다운이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62% 점유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11%에 불과해 야심차게 준비한 평택 반도체클러스터를 셧다운 시킨 상황이다.
끊임없이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당수 주주들은 물먹는 하마인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분사해서 삼성전자의 주가를 올려야 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재용 회장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파운드리에 대한 애착을 꺾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금 상당수가 파운드리에 쓸려들어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에서만 2조원의 적자를 냈다.
네번째는 스마트폰인 갤럭시 AP(스마트폰용 반도체 CPU)에 대해서도 대만의 미디어텍에게 완전히 밀리면서 갤럭시 S25에 자사의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못하고 경쟁사인 미디어텍 반도체를 적용하는 등 자체 개발 반도체 분야에서 펑크가 난 것이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현재 AP시장은 퀄컴과 미디어텍이 양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디어텍이 시장점유율 40%로 1위에 올라섰다.
최악의 실적 속에 혹독한 겨울을 맞고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더해 인도에서는 한 달째 파업이 지속되고 있고, 삼성전자 해외 인력 14만7000명 중 약 1만2000명 정도를 감원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구조조정에 나선 삼성전자에 이재용 회장은 보이지 않아 그 부분이 더 심각해 보인다.
그리스신화에 제우스의 막내아들 카이로스가 등장한다. 기회의 신인 그는 앞머리는 길고 숱이 풍성해 잡기는 쉽지만 얼굴이 가려져있어 기회인지를 알 수 없는 대신, 뒷머리는 민머리여서 절대로 잡을 수가 없게 생겼다. 기회는 지나가면 절대 다시 잡지 못한다는 의미다.
카이로스는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데 저울은 기회가 앞에 있을 때 정확하게 판단하라는 의미이며 칼은 단호하게 결단하라는 의미다.
어제 이후 삼성전자 부도설까지 루머로 돌고있다. 위기는 한편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울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칼처럼 단호하게 결단해야 할 순간에 그룹 수장인 회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뭔가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경제에서의 비중이 엄청난 글로벌 공룡이다. 이재용 회장보다 나를 비롯해 국민들이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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