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장기 불황으로 부실이 수면위로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PF 불똥이 금융기관 중 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저축은행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악화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 4등급(취약)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영개선 절차에 나섰다. 향후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가 발동되면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부실 우려 저축은행 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확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들 3개 저축은행은 현재 신용평가가 ‘부정적’인 B저축은행, J저축은행, K저축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2011년 부산저축은행부터 시작해 전국에 걸쳐 3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아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저축은행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경영실태평가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유동성 등을 부문별로 평가한다. 이어 이를 종합해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자산건전성·자본적정성에서 4등급(취약) 이하를 받으면 금융위가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권고, 요구, 명령으로 구분되며, 금융사는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결과, 저축은행 3개사의 건전성 지표가 '취약' 부문에 속하는 4등급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위는 이런 결과를 전달 받고 적기시정조치 발동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면 경영개선 계획 제출 이후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될 수도 있다.
적기시정조치 발동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대한 신호탄이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금융사는 인력·조직운영 개선이나 경비절감 권고에서부터 영업소 폐쇄·통합 또는 신설제한, 조직축소, 예금금리수준 제한, 자회사 정리, 임원진 교체 요구, 영업 일부정지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경영개선권고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되면 주식 소각이나 합병, 영업양도, 제3자 인수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금감원은 최근 건전성이 악화해 경영실태평가 대상이 된 저축은행 대주주와 면담도 추진 중이다. 종합적인 경영개선 의견을 전달하고 대주주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 7개 저축은행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를 보면 저축은행의 유의이하 비율은 26%로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와 캐피털사 등 모든 금융기관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릿지론의 유의이하 비율은 42%인데 이는 증권사 32%, 캐피탈사 7%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저축은행 고정이하비율은 지난해 말 11%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26%로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번에 평가한 저축은행은 BNK(A, 부정적), 신한(A, 안정적), IBK(A, 안정적), SBI(A, 안정적), JT친애(BBB, 부정적), KB(A, 부정적), 푸른상호(BBB+, 안정적) 저축은행 등 7개이며, 이 중 본PF 충당금 업계평균 16%, 브릿지론 충당금 업계평균 10%에 미달하는 푸른상호저축은행과 JT친애 저축은행을 건정성 위험 저축은행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부동산시장 업황 부진으로 저축은행 건전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 정호준 애널리스트는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 부여 조건 중 하나는 만기 3회(‘부실우려’는 4회) 이상 연장 여부이다. 현재 사업성 ‘보통’(또는 건전성 요주의) 브릿지론 중 70% 이상이 최초 취급 이후 만기가 2회 이상 연장되어온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의미 있는 사업 진전이 없다면 만기가 도래하면서 추가 연장이 결정되거나 연체가 발생하는 등으로 ‘유의’ 이하(건전성 고정이하) 조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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