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0월 백스텝 밟을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8월 1.27%로 6년 만에 최고치 기록
-서울 아파트 5분위배율은 5.27로 역대 최고치, 양극화 심화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0 11:17 | 최종 수정 2024.09.20 15:03 의견 0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다양한 의견 청취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FOMC(미국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예상에서 벗어난 빅컷(0.5% 금리인하)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크게 받는 모양새다.

이 총재의 판단 기준은 경기침체의 정도와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급등하고 있는 서울 집값 간의 심각성 정도 차이로 보인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경영 악화 요인을 생각하면 10월 금리인하에 나서야 하지만,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가계부채와 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8월 서울 집값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인하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근래 이 총재의 행보를 보면, 경기침체 대응보다는 가계부채와 서울 집값 상승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서울 집값이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하며, 그간 고금리로 개선된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가운데 4위에 오를 정도로 높아진 상태로, 오는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인하 신중론'을 다시 한번 시사한 것이다.

보고서는 "5월 이후의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져 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이 월 5조~6조 원씩 증가할 때 가계부채 비율은 다시 상승한다는 전망인데, 지난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8000억 원이 증가해 7월 5조 2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 10일 공개된 8월 22일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 6명 모두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계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의견을 일제히 내놨다.

그러나 미국이 예상과 달리 빅컷을 단행하자, 이 총재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어졌다. 10월과 11월 금리인하의 선택지가 10월 인하 외통수에 몰린 분위기다.

다만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베이비컷(0.25% 금리인하)을 결정하는 데 다소 부담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다.

10월 금리인하의 여부는 이번 달 말 열리는 11개 은행장들과의 미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능력과, 그에따른 집값 상승세 둔화 여부 점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0일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에 이 총재가 참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차례 은행장 간담회에 이 총재가 참석한 바 있지만, 이번은 금리인하 결정 바로 전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 특히 주택담보대출 관리방안과 부동산 관련 집값 상승세 완화 방안과 더불어, PF(Project Financing) 관련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은행별로 시행하고 있는 대출 조이기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금리인하가 되더라도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현안으로 놓고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의 경우는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제한하고 있고, 국민은행·신한은행 등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000만원으로 제한한 상황이다.

또한 9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 한달 간의 성과와 반성을 통해 보완점도 추가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러한 은행들의 조치들이 성과를 보일 경우 부채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게되면10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통령실을 포함해서 정부와 여당에서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총재 입장에서는 근거 없이 금리인하를 미루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이 빅컷을 단행했고,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마당에, 이 총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기준금리 10월 인하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향후 추이를 보고 11월과 연말까지 추가로 얼마나 내릴 지, 그리고 내년 이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지가 중요한데, 이창용 총재의 고민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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