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충분하다는 정부에 정면으로 반박한 한국은행

-한은 “집값 불안 내년 이후까지”…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정조준
-아파트 공급 부족, 금리인하 기대, 규제 완화 등이 집값 이끌어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13 10:36 의견 0
한국은행.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가 지적한 근래 집값 상승 요인은 정부의 그동안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이 치솟는 집값과 가계대출 급증 요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불안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매 6개월마다 내놓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배경과 정책방향을 국회에 보고하고 공표하는 정례보고서로서 한은이 공표하는 보고서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은이 지적한 핵심 내용은 결국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향후에도 별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약해 당분간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는 충분한 주택 공급이란 말과, 집값 상승은 추세적 상승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소득 및 사용가치와의 괴리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 분석을 보면, 서울의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일부 지역은 전고점 상회)했고,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과열위험’ 단계 직전까지 올랐다.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7월 기준 1.11로 ‘고평가’ 단계(0.5∼1.5)다. 지난해 4분기에 고평가 단계에 진입한 뒤 과열위험(1.5 이상) 단계에 빠르게 다가가는 추세다. 이 지수는 소득·임차가격·전국 아파트 가격·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주택가격의 적정 수준을 평가한 지표다. 한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8월에는 위험지수가 좀 더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2021년 부동산 상승기에도 고평가 단계가 1년간 지속되다 과열위험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래량과 맞물린 가계대출 증가로 가계부채 비율(국내총생산 대비)도 증가세로 반전할 우려가 크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지난 2000년 이후 4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올 1분기 92.1%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달 5조원 이상 증가세가 지속되면 올 4분기에는 가계부채비율이 최소한 92.4∼92.6%로 재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이 경기진작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은 크다고 강조했다. 통상 주택가격 상승은 이론적으로 건설투자나 구매력 확대 등 효과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건물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거의 없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며, 집값과 소득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제의 변동성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부동산 과열 원인에 대해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주택건설 감소로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데, 거시건전성 규제는 완화하는 상황에서 ‘과열’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정부의 뒤늦은 공급 대책(8.8 대책)과 2단계 스트레스디에스알(DSR) 규제 연기 및 정책대출 확대, 대출금리 인상 등 오락가락 수요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한은은 현재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도는 과거 부동산 상승기와 비교할 때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오세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주택 인허가 실적이 감소하는 것을 입주 통계를 앞세우는 등 통계기준을 변경하기도 하면서 통계신뢰성을 떨어트리기도 했다”면서 “현재 주택 인허가 실적을 볼 때 향후 수년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요소는 지속될 것이고, 더구나 10월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확대로 인한 주택 수요 증대가 집값 상승을 더 크게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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