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료 대란 끝장 보겠다는 ‘딱한’ 윤 정부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8.30 10:21 | 최종 수정 2024.08.30 15:42 의견 0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의대 증원 문제로 시작된 의정갈등에 이은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반년을 넘어서면서 의료계 대란은 되돌리기 어려운 시점에 접어들었다. 이미 대학들은 대학별로 정해진 2025년도 입학정원 대로 입시를 준비중이고, 수험생들도 그에 맞춰 준비에 들어갔다. 역대급 N수생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 의료계는 입학정원을 1500명 정도 늘려서 4500명 선으로 정하느냐 5000명까지도 가느냐 차원을 떠나, 현직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의 현업 이탈 심화로 인한 의료체계의 붕괴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수련의인 레지던트의 사직률이 지난달 44.9%에서 한 달여 만에 72.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의 중 73%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것이다.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의대 증원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필수의료 분야의 강화였는데, 바로 이 분야에서의 이탈이 더 많았다.

산부인과 82.3%, 재활의학과 80.7%, 방사선종양학과 78.5%, 영상의학과 78.5%, 마취통증의학과 77.5%, 심장혈관흉부외과 75.7%, 신경외과 75.1%, 응급의학과 74.3%, 소아청소년과 73.7%로 주로 필수의료 계통에서 평균 사직률을 넘어섰다.

현재 사직서 처리는 안됐지만, 출근률은 더욱 형편없다. 8월 말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1194명이 출근해 전체 전공의 출근율은 8.8%에 불과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4%였다.

인턴은 임용대상자 3068명 중 113명(출근율 3.7%)이,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1081명(출근율 10.3%)이 출근했다.

그야말로 병원에서 전공의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게 됐다. 이들 전공의들은 몇 년 안에 전문의가 되고, 그 이후에는 교수가 되고 한국 의료계를 이끌면서 후진을 양성해야 할 존재들이다.

정부가 내놓은 2000명 의대 정원 인력이 의료 현장에 투입돼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15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의료계는 인력부족 폭탄 속에 경영악화라는 겹악재를 만났다.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도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며 의대 증원 방침을 재확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및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도 밝혔다.

지금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고집으로 필수의료 부분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은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니 좀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증원 보류안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당·정 간의 공조분위기도 깨버렸다. 물론 한 대표의 요구 역시 2025년 의대 증원은 인정하는 모습이어서 그것 역시 거센 반대여론에 직면해있는 문제지만, 그나마 조정을 해보려는 협의 시도마저도 싹을 잘라버렸다.

한 대표가 2025년은 인정하고 2026년 의대 증원부터 논의한 것 역시 놀림거리다. 어차피 무시 당할 거라면 전체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원점에서 장기적인 문제해결 전문팀 구성을 요구했다면 두고두고 명분이 섰을 것이다.

어쨌든 윤 대통령의 최종 마지노선 사수 발언으로 의료계 문제는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의사들이 돈 안되는 일은 안할 것이고, 야근 거부할 것이고, 위험한 것 안할 것이고, 점진적으로 의료계를 떠날 것이다.

의과대학은 돈은 좀 벌겠지만 미완성의 의료인력을 배출하게 될 것이고, 경영난으로 문 닫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대한민국 의료계 수준이 추락할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결국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다.

당장 3년도 채 안 남은 윤 정부는 의료 대란에 힘 빼느라 국정 동력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야당에서도 의료 대란 해결 방안 논의에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

의대 증원 결정 과정도 불투명하고, 그 효과에 대한 검증도 안됐고, 다만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의대 증원 찬성한다는 것만 가지고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덥석 문 대가 치고는 국민 전체의 고통이 심하고 후유증이 심각하다.

여론조사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야당에 밀리는 여당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 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의료 대란, 그 끝을 서로 다 알면서 멈추지 못하는 윤 정부가 참으로 딱하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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