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책 없는 정부에 ‘영끌족’ 어쩌나

이기영 승인 2024.08.25 10:08 | 최종 수정 2024.08.30 10:32 의견 0
다시 불 붙기 시작한 강남 아파트 단지들 사진=수도시민경제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 규모로증가하고 있어 때 아니게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살아난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거래량이 수년 내 최저 수준으로 급매물만 소화되고 웬만하면 팔려고 내놔도 안팔리던 주택 매매시장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월 7496건을 기록한 데 이어, 7월은 신고 마감 일주일을 남긴 25일 현재8534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만해도 1866건으로 아파트를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는 시장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매매가 상승과 함께 거래량도 정상화 되면서 거래량 증가와 매매가 상승이라는 쌍끌이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전세와 월세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7월 전세거래량은 9770건으로 5월 1만1431건, 6월 1만357건으로, 월세거래량도 5974건으로 5월 8143건, 5월 6639건 대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매매거래량은 급증하는 데 반해 전세와 월세 등 임대차 시장 거래량은 줄어들면서, 전월세를 사느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아파트 매매가 상승행진은 지난주까지 22주 연속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28% 상승했다. 전주 0.32%보다는 상승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3구와 마용성 등 인기지역이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즉 고가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도 문제지만,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어, 정부가 나서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 억제책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끌족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주택시장 변화에 따라 영끌족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나 신규 취급액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오른 상태에서 매매까지 늘어나면서, 이른바 '영끌' 규모가 약 3년 전 코로나19 초기 '0%대 기준금리' 시대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천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천526억원)보다 7조5천975억원 불었다. 2016년 1월 이후 7월 기준 월간 최대 기록이라고 한다.

8월에는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월 증가폭을 넘어설 것으로 은행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85% 정도가 부동산에 묶여있는데 전월세 대신 영끌 해서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으로 대한민국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

빚도 자산인 만큼, 빚으로 자산을 불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끌 대상도 과거 서울 외곽의 저가주택이 아닌 강남을 비롯한 서울 유력지역의 9억 이상 또는 15억원 이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만큼 빚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난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더 위험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 문 정부 때는 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의 비교적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이어받은 상황에서의 집값 폭등이어서 시장의 펀더멘탈이 어느 정도 받아줬지만, 윤석렬 정부는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을 이어받은 상황이어서 시장의 힘이 약화돼있고, 글로벌 경기침체 해결 국면에서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 때부터 이미 부동산 시장 거품이 꼈고, 그 거품이 거의 줄어들 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택 공급을 서두르기 보다는 지나친 정책모기지와 부동산 규제 완화책 등으로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을 죽이고 결국 66주 연속 전세가 상승에 22주 연속 매매가 상승이라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만들었다.

정책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고 하니 이제 누가 정부의 말을 믿겠는가. 문 정부 시절에도 백약이 무효가 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한다. 잘 한 것은 그 주기가 긴 것 같은데 잘못한 것은 그 주기가 짧게 오는 것 같다.

혹시 이 시간에도 국정 최고 책임자가 잘못된 듣기 좋은 보고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불안정하게 만들어놨는데도 사람을 바꾸지 않는 것을 보면 듣기 좋은 말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최고 책임자가 원하는 구도가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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