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정정신고서 제출했지만 여전히 ‘꼼수’

-투자자 신뢰 잃은 두산 주가, 밥캣 28%, 로보틱스 18%, 에너빌리티 14% 각각 하락
-“주주가치 보호와 코리아밸류업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정상화 시켜야” 목소리

이기영 승인 2024.08.18 16:57 | 최종 수정 2024.08.18 16:58 의견 0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두산그룹 사옥

두산그룹이 지난 16일 두산밥캣 분할 및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관한 정정 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날은 두산이 사업 재편을 위해 금감원에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드라인’이다.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계열사 간의 편법적인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에 대한 국민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나서면서 두산 합병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두산 합병의 경우 두산 측에서는 분할·합병안에 위법 행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정서는 법으로 정한 합병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고, 특히 이번 두산 합병의 경우는 오너일가 배불리기가 분명해보이는 만큼 일반주주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들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현재의 잘못된 법의 모순을 이번에 금감원이 투자자들의 권리를 대신해서 나서고 있는 것이고, 차제에 합병비율 산정 관련 합리적인 가이드가 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법에 따라 시가총액으로 산정했다. 밥캣 기존 주주들은 합병에 찬성할 경우 주식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는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을 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이런 식의 사업 개편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상장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러한 주주들의 문제제기와 함께 기업 대주주들의 자신들 배불리기 과정에서의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해야한다는 여론을 반영해 두산의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지적하고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부 두산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에서는 금융당국이 개입해 오히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들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두산밥캣 주주들은 사업재편에 반대할 경우 주당 5만459원에 반대배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현재 주가 4만700원에 비해 24%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당초 합병안이 발표했을 당시의 주가에 비하면 28%나 내려가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자 손실이 심각한 상황임을 간과한 주장이다.

두산의 합병관련 계획을 발표한 시점인 7월 11일 기준 두산밥캣의 주가는 5만2000원, 두산로보틱스는 8만3500원,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1850원이었다. 지난 8월 5일에는 세 종목 모두 연중 최저치인 3만3350원, 5만9300원, 1만5860원까지 각각 떨어졌다.

지난 8월 16일 기준으로는 4만700원, 6만8500원, 1만8750원으로 7월 11일 대비 28%, 18%, 14% 각각 떨어져있다.

합병발표 이후 이들 종목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결국 시장가 주주들의 불만이 반영되면서 두산그룹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주주이익을 쉽게 생각하는 관행이 나타나면서 국민 저항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주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주가치를 훼손시키고, 일반투자자의 손실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이번 금감원이 나서서 두산 합병에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두산밥캣 주식매수권청구 행사액)1조5천억원을 넘어갈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이 무산된 사례들이 있다. 2018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캐스팅보트를 쥔 사모펀드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 삼고 일반 주주들도 이에 동의하며 결국 합병이 무산됐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이러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3개 회사가 각 사 대표 명의로 주주 서한을 보내 합병 후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합병비율에 대한 정정 내용은 빠진 모양 갖추기 식 변명 수준이었다”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대한민국 밸류업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두산 3사가 제출한 '분할합병, 주식교환 등 정정 증권신고서와 관련해 일반주주 관점 의사결정 절차 등을 공개 질의하면서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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