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몽규 회장의 축구에 대한 위험한 인식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25 18:46 | 최종 수정 2024.08.30 10:41 의견 0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겸 HDC현대산업개발회장이 '축구의 시대'라는 책을 발간해 축구와 기업경영과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이 ‘축구의 시대’란 책을 출간했다. 기업인과 축구인으로서의 인생과 경영철학 그리고 한국 축구의 역사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발간했다고 말했다.

책 머리에서 정 회장은 축구와 기업 경영은 비슷하다는 얘기를 정리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와 감독, 코치진이 하는 팀스포츠인데 반해 기업은 수백명에서 수만명의 많은 인원이 하는 경제활동이어서 수많은 변수가 있어 서로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적었다.

축구와 비즈니스 조직의 문제점 역시 공통된 것이 많아서 회사에서의 문제점도 축구라는 시각을 통해 보니 통찰력이 생겼다고도 했다.

축구를 통해 얻었던 경험과 지혜를 대한축구협회나 구단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축구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 회장에게 축구를 기업경영과 연결시키는 위험한 인식에 대해 감히 지적하고 싶다.

물론 모든 운동경기와 기업경영를 연결지을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훌륭한 선수나 인재를 모아야 하고, 훈련을 시켜야 하고, 전략을 잘 짜야 하고, 성과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와 벌칙을 주는 것도 같다. 축구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축구는 기구나 장비 없이 맨 몸으로 둥근 공 하나를 향해 양팀 총 22명이 달려드는 것이니 어떤 경기보다 치열할 수 있어 졸면 죽는다고 할 수 있는 기업경영과 비슷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과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엄격히 구분된다. 한마디로 말해 기업은 오너에 의한 황제경영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축구는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룰의 틀 속에서 공정한 심판이 있고, 팬들로부터 평가 받고, 선수와 감독들의 실력과 정신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야다.

기업이 수만명을 거느리고 있고, 축구는 코치진까지 고작 수십명이지만, 고려해야 하는 복잡함은 축구가 더 많을 수 있다. 기업은 기업의 주인인 오너가 평가하면 대부분 끝이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다. 전후반 90분을 통해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나 감독이나 코치진의 인선부터 공정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오너가 맘에 든다고 중용하고 실력이 있어도 맘에 들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지만, 축구는 그럴 수가 없다. 수많은 팬들과 국민들 그리고 축구인들이 모든 것을 보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기 결과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일 정 회장이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에서도 이러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무시하고 기업에서 총수가 임의로 인사를 하는 식으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면 그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과연 그 과정에서도 제왕적 오너가 직원 뽑듯 절차를 무시하고 취향껏 했다면 그것이 한국 축구 실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번 홍 감독 선임에 대한 잡음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발간한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다. 많은 국민들은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있고 그 문제제기의 꼭대기에 정 회장이 있는데, 축구협회장은 축구 인생 30년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내면서 축구와 기업경영의 공통점을 강조하고 있다니 그 의도가 궁금하다.

더구나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은 불과 2년 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회사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이미지는 땅에 떨어진 바 있는데, 기업경영에 대한 얘기를 할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불가사의다.

그동안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거느리고도 졸전으로 축구 수준을 후퇴시기고국민 자존심을 망친 이유가, 협회장이 기업경영 하듯 말한마디에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황제처럼 군림한 결과가 아닌 지 심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축구는 90분간 그라운드에서 11명의 선수가 뛰는 운동이지만, 그 안에는 11명 이외에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의 실력도 들어있고, 협회의 실력도 들어있고, 팬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수준도 들어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 쉽게 놓쳐서는 안된다.

정 회장에게 정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이란 시를 들려주고 싶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굴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 한 알 맺는데도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경영보다 더 어려운 것이 축구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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