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옥. 사진=두산

주주 권익 침해 논란과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한 계열사 간 이동을 추진중인 두산그룹 구조 개편 사태를 계기로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시병)은 18일 '두산밥캣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법인에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 간 합병에 있어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같은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정된 공정한 합병 가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합병가액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 공정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상장사가 부담하도록 했으며, 계열사 간 합병을 시도하는 상장사의 주주가 해당 상장사의 특수관계인이거나 상대 법인의 특수관계인인 경우는 의결권을 제한한다.

또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고 실제 합병가액이 이사회의 중대한 과실로 불공정하게 결정됐을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들이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두산밥캣 사태'와 같이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소수주주들이 피해 보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자회사 합병을 두고 시장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전형적인 사례이면서 결국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배당을 늘리고 향후 승계를 위한 기초작업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잇다. 새우도 그냥 새우가 아닌 민물새우 급이어서 시장의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센 상황이다. (본지 7월 15일자 기사 참조)

현재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가 46.06%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 지분 7.22까지를 제외한 약 46%가 일반투자자 비중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말 기준 연간 매출은 9조7589억원에 영업이익은 1조389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4.24%로 우량기업이다. 순이익도 9215억원으로 순이익률 역시 9.44%로 명실공히 두산그룹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캐시카우다.

반면 두산밥캣을 인수하는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말 기준 연간 매출은 530억원에 영업이익은 192억원 적자, 순이익도 1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이고 이익구조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인수 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왜곡된 부분이 있어 보인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의 밥캣 인수 방법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의 비중으로 주식교환 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가치 기준을 규모나 이익 등 내재가치를 무시하고 단순히 현재 주가를 가지고 산정한 것이다. 현재 로보틱스의 주가는 19일 9시 30분 현재 8만 3200원이고, 밥캣의 주가는 4만 9200원이다. 주가 기준으로는 밥캣의 주가가 로보틱스 주가의 59.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식교환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두 주식은 지난 1주일 사이에 밥캣은 9.9%, 로보틱스는 21.3%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박정원 회장 등 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이 높은 로보틱스가 밥캣을 품으면서 로보틱스의 이익이 커지고, 이에 따라 오너일가의 배당도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로보틱스의 대주주는 지분 68.19%를 가진 지주사인 ㈜두산이다.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은 30.67%로 로보틱스 지분비율의 절반도 안된다.

지주사인 ㈜두산은 박정원 그룹 회장 외 26명이 39.99%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인데, 박정원 회장 7.64%를 비롯해서 박지원 5.50%, 박진원 3.64%, 박용성 3.48%, 박용현 3.44%, 박석원 2.98%, 박태원 2.70%, 박혜원 2.22%, 박형원 1.99%, 박인원 1.99% 등 오너일가가 1% 이상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외에도 0% 대지만 오너일가의 자손들까지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밥캣이 벌어들인 이익이 고스란히 로보틱스로 옮겨가고, 그 중 68.19% 만큼 ㈜두산으로 올라갈 경우 이들 오너일가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구도가 된다.

이번 두산그룹 계열사 간의 합병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자본시장법이 상장회사의 합병에서는 예외 없이 기업가치를 시가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합병의 99%는 계열회사간 합병이고, 이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같은 지배주주가 사실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계열회사 사이에서 지배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와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또는 주식교환이 이루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은 회사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관련 한 연구소 소장은 "현재 두산그룹 뿐만이 아니라, 한화그룹과 SK그룹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같은 목적 하에 일어나고 있어서, 이러한 법제 준비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민의 기업으로서 존경받는 재벌이 될려면 이러한 편법이나 꼼수는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