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트럼프, 아! 레이건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02 07:16 | 최종 수정 2024.07.03 06:36 의견 0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지난달 27일 미국 60번째 대통령을 뽑기 위한 TV토론이 열렸지만, 토론회 이후 시끄러움이 지속되고 있다.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는 46대 대통령이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복귀할 경우에는 47대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45대에 이어 한번 건너뛰고 47대가 돼 격 연임이 되는 셈이다.

82세의 바이든과 78세의 트럼프 도토리 키재기 간에 벌어진 지난 TV토론의 주요 이슈는 바이든의 고령과 그에 따른 건강상 문제 가능성에 모아졌다. 정책이나 비전은 온데간데 없고 4살 많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공격을 받고,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교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래도 미국 대선인데, 세계 경제 이슈, 안보, 기후, 건강, 정치적 질서, 우주 등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검증받고 정책을 평가받아야 할 자리가 고령 타령 공격의 자리가 됐다. 참으로 우습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 민주국가뿐 아니라, 체제를 건너 세계 모든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는 자리다. 세계 1위의 경제강국이고 세계 1위의 군사강국이고, 세계의 통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는 비단 나이와 건강만이 아닐 것이다. 미국이 미국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중동 문제에 대한 해결은 커녕 잠재적 문제만 더 키웠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그렇고, 북한 문제도 그렇다. 더구나 중국과 벌이고 있는 경제 및 군사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블록화를 급진전시켰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바이든을 대신해서 뭔가 품위있고 존경받을 만한 세계의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참으로 어딜 가나 대통령 복 없는 시대에 살고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은 시대가 지나고 세대가 지나도 잊지못할 명 연설과 명 판단으로 세계를 이끌었다.

1981년부터 89년까지 미국 40대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보수주의 정치의 정신적 지주로 일컷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인 1964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배리 골드워터 지지 연설인 ‘선택의 시간(A Time for choosing)은 명 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전쟁과 평화 중에 평화를 고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딱 한가지 입니다. 바로 항복하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연설은 미래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지를 두고 현재 기득권 세력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논리로 풀어나간 연설이다.

연설 중간에 “모세가 이스라엘의 후손들에게 파라오의 노예로 살라고 했어야 했습니까. 콩코드 다리에서 선열들이 총을 내던지고 전세계에 울려퍼진 첫 총성을 울리지 않았어야 했습니까? 예수가 십자가를 거절해야 했습니까?”

“역사 속 희생자들은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나치를 막기위해 영광스럽게 목숨을 내놓은 분들은 헛되이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후손들을 위해 싸우던가 아니면 그들은 천년동안 빛을 보지 못한채 감옥같은 생활을 하게될 것입니다”로 끝냈다.

이 연설을 했던 1964년은 1960년부터 시작한 베트남전쟁의 초기로, 미국군이 대거 참전할 시기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전쟁터에서 돌아온 미국군은 미국민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베트남인들을 민간인까지 참혹하게 희생시켰다는 세계 언론보도가 미국민의 민심을 거칠게 만들었다. 그바람에 베트남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미군 병사들은 베트남 참전 경력을 숨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애국주의와 국가를 위해 싸운 희생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꼴이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역차별을 바로 잡은 사람도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1981년 70세의 나이에 40대 대통령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은 취임연설에서 미국정부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바로 문제 자체(“Government is the problem”)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미국은 평화를 위해 협상하고 희생을 하더라고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알링턴에 묻혀있는 전사자들을 영웅이라고 칭하고 미군이 많은 희생을 치른 1차대전, 2차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손가락질 받던 베트남 참전용사의 사기와 자존심을 살려줬다. 미국의 애국주의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명 연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 지도자라면 국민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국가의 정체성과 위상은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역사 앞에 당당한 지는 말 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엉터리들이 권력을 가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가 하는 걱정이다.

내 밥그릇 챙기는 것도 좋지만, 명분과 논리와 국민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는 지도자 보기가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오죽하면 대통령 연임이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미국이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에서도 연임실패 가능성이 벌어지고 있겠는가. 한국은 어떤가. 탄핵 얘기가 길거리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팎으로 답답할 뿐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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