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이 무너져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18 08:48 의견 0
서울대학교 병원 전경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를 건설해서 나라를 부흥시키겠다고 황당한 거짓말을 했을 때였다. 명색이 한국의 여론을 주도한다는 신문들이 잠실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문경새재를 넘어서 낙동강으로 가는 코미디를 비판하기는커녕 그대로 받아 적고 찬양했다.

한해에 3000명 졸업하는 의대를 별안간 2000명 증원시킨다고 할 때도 멍청한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 적어서 오늘날 이 지경을 만들었다. 대학을 다닌 기자라면 그게 황당한 것임을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 기자, 논설위원들이 다닌 대학은 의대가 없어서 도무지 의대 교육이 무언지, 대학병원이 무언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서울대 의대 등 우리나라의 의학을 대표하는 병원의 의사들이 오죽하면 휴진을 하겠는가? 휴진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이제는 교수들이 탈진해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느 멍청한 경제신문이 여론조사를 한 모양이다. 그중에는 의사들이 기득권 때문에 증원에 반대한다는 답이 70%라고 한다. 이런 사안을 여론조사로 물어 볼 일인가? 여론조사로 경제신문이 기득권 집단인가를 물어 보면 70%가 그렇다고 답하지 않겠는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미국의 경우로 환산하면 현재 2만1000명인 메디칼 스쿨 입학생을 별안간 3만5000명으로 늘리는 것과 같다. 미치지 않고 서야 그것이 말이 되는가? 결국에는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대와 주요 병원이 파탄에 이르고 말 것인데, 이는 하버드, 노스웨스턴 등 미국의 상위 메디컬 스쿨이 모두 문 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국가적 재앙을 대통령이란 사람이 초래했으니 할 말이 없다.

이런 와중에 어떤 시민단체가 의사들이 휴진하면 약사와 한의사가 처방을 하면 된다고 떠든 모양이다. 맹장이 별안간 파열하는 경우는 누구든 언제나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약국에 가면 되겠는가? 건강보험 때문에 저렴하게, 심지어 거의 무상으로 좋은 병원을 이용하다보니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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