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원은 되고 13조원은 안되고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14 09:38 의견 0
남대문시장 사진=수도시민경제

지인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아내분이 강릉 안목항 까페거리에서 선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1/3로 줄었다고 한다. 들어온 손님들이 구경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피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전 신문에는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전국민에게 지급할 경우에 13조원이 필요한데 이는 LG전자의 시가총액은 15조9000억원이고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12조8000억원인데 이렇게 큰 상장 기업을 통째로 살 수 있는 정도의 큰 금액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씩 개인에게 나눠 준다는 것은 더운 여름 아스팔트 위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본 적이 있다.(공교롭게 글쓴이가 대학 후배이면서 같이 근무했던 공군장교 한기수 선배다)

요지는 근본적인 더위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니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포퓰리즘이고 소수자(?)인 대기업과 일부 부자를 위한 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친기업적이고 친부자적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지난해 기업의 영업 이익이 부진하고 세율감소로 인해 법인세가 덜 걷혔다고 하면서 전년보다 23조2000억원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의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는 2조2000억원이 줄어들었다고도 한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지난해 세금 결손 56조원중 법인세와 종부세 감소분 합계는 25조원이다.

13조원은 분무기로 아스팔트위에 물이라도 뿌리는 경우라고 몰아붙였는데 어디론가 흔적없이 사라진 25조원에 대해서는 당연한 듯한 태도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이 누군가에게는 더운날 아스팔트위에 뿌려지는 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훨씬 많은 누군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거라는 건 왜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약 20%로 G7국가 평균 2배이고, 하위 20%는 연소득이(월소득 아님) 100만원도 안된다.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이 자영업자와 저소득계층이다.

지역상품권을 통한 지원금이 자영업자, 전통시장을 통해 침체된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해서 돌고 돈다는 걸 왜 모르는 지 답답하다.

균형재정을 가장한 긴축재정으로 임금인상 억제, 복지지출 감소 등 눈에 보이는 고통은 서민이, 보이지 않는 혜택은 부자가 누리는 불공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다만 얼마라도 지원해서 열받아있는 아스팔트위에 물이라도 뿌려서 1분만이라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 서민들의 갈증이 타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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