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담론>의 허구5 – 문사철(文史哲) 무용론? "감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걱정된다"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12 21:40 | 최종 수정 2024.06.13 18:46 의견 0


문사철(文史哲)은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보통 인문학이라고 분류되는 학문의 대표 선수들도 지성인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교양을 의미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대한 학문이기에 경영 경제 법학이나 공학 등 실용 학문에 비해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학문으로 여겨집니다.

좌파적 사고가 강한 신영복은 문사철을 옹호한다면서도 어떤 측면에서는 문사철을 깎아 내립니다. 신영복이 <담론>에서 다음처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두 개의 오래된 세계 인식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사철(文史哲)과 시서화(詩書畵)가 그것입니다. 흔히 문사철은 이성 훈련 공부, 시서화는 감성 훈련 공부라고 합니다. 문사철은 고전문학, 역사, 철학을 의미합니다. 어느 것이나 언어개념 논리 중심의 문학 서사 양식입니다. 우리의 강의가 먼저 시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은 우리의 생각이 문사철이라는 인식틀에 과도하게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고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쉬르의 언어 구조학이 그것을 밝혀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라는 그릇은 지극히 왜 소합니다. 작은 컵으로 바다를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컵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이 바닷물이 긴 하지만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신영복은 말을 이어 나갑니다.

“언어나 문자는 추상적인 기호일 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철학 역시 세계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역사는 역사가가 역사적 사실을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과거의 역사를 온당하게 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도 합니다. 철학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철학은 세계의 본질과 운동을 추상화하는 것입니다. 추상화의 속성과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문사철은 세계의 정직한 인식틀이 못 됩니다. 언어와 개념 논리라는 지극히 추상화된 그릇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담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방금 일변한 것처럼 문학 역사 철학 역시 세계를 온당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사철이라는 완고한 인식틀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 시작임은 물론입니다.”

신영복은 문사철을 경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시서화악(詩書畵樂, 시 글씨 그림 음악)은 문사철과는 전혀 다른 미디어입니다. 시와 서가 문자이면서 문자적 의미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라면 화악은 아예 문자가 아닙니다. 빛과 소리입니다. 사실은 시서화악이 세계를 훨씬 더 풍부하게 담고 자유롭게 전달합니다. 시서화악(詩書畵樂)을 대신하여 앞으로는 영상서사 양식이 세계 인식틀의 압도적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영상미디어가 석권하고 있습니다. 영상은 세계의 전달에 있어서 압도적입니다. 세계의 인식과 전달에 있어서 위력적입니다. ...”

신영복이 강조하는 시서화악은 대체로 예술의 영역입니다. 신영복은 시적 정서를 강조하는데 시가 그렇게 큰 세계를 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언정, 삶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신영복이 서예에 뛰어나다고 하지만(저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음), 그게 세상을 바꾸는 데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나 그림과 음악이 세상을 크게 바꿨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계사를 보면 시, 그림, 음악의 역사는 매우 적은 분량으로 다뤄집니다. (신영복이 잘한다는 서예는 아예 언급조차 없습니다. 중국의 왕희지나 조선의 한석봉이 역사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조선일보> 2024년 5월27일자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그는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이 가져올 여파를 우려하고 있었다. “고금리, 고물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처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나 이 엄중한 시기에 ‘여소야대’를 초래한 국민의 선택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책의 내용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태도나 이미지에 감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나라 앞날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대파’ 논란 등 지난 총선은 경제와 민생이 흔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에는 책임이,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번 총선의 선택으로 자산이 없는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법치가 실종되고, 사회 도덕률, 국민의식도 추락했다.”

-국민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건가?

“이 나라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 어떤 집단의 정체성이나 추구하는 가치, 정책의 내용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 태도나 이미지로 감성적 판단을 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신영복의 감성 강조가 왠지 불안하지 않습니까?)

-고금리, 고물가의 고통이 너무 컸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곡물, 석유 등 원자재 값이 치솟았다. 문재인 정권의 유산도 발목을 잡았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으로 5년간 나라를 거덜 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거나 현실화되고 있다.”

-언제까지 전(前) 정부 탓을 할 거냐는 지적이 많다.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지금 왜 어려운가? 최저임금의 일괄적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는 업종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근무시간도 업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52시간으로 정한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망한다. ‘경제는 정치인들이 잠든 밤에 성장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신영복의 주장처럼 시서화악을 강조하면 사람의 성격이 이성적이 아니라 감성적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협해지고, 사물이나 사건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소위 세상을 보는 눈이 ‘맹목(盲目)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신영복 같은 좌파 지식인이 많은 나라가 포퓰리즘에 휩쓸리기 쉽고, 국가의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충동적인 의사 결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라시아(필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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