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는 의∙정 대치에 지친 국민과 환자들...결국 집단휴진 결정

-의협, 오는 18일 총궐기대회 전 정부 '의대 증원 중단' 촉구
-의사 빠진 대책위 구성에 의사 악마화 여론이 문제 키워

김한식 기자 승인 2024.06.10 09:53 | 최종 수정 2024.06.10 11:35 의견 0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등이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결정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극한 상황까지 가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난 현재 해결 기미는 고사하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국면의 강도가 더 강화되고 있다. 서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누구 하나 쓰러지지 않으면 해결이 안되는 국면을 만들었다.

의협은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외래진료와 정규 수술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양측 강대강 대치의 도화선은 지난달 24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1509명 늘리겠다고 강행한 것이 원인이 됐다. 당초 2000명 증원에서 491명 줄여 조정했지만, 증원 과정에서의 불통으로 인해 의료계가 결정적으로 반발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국민 70% 이상이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점과, 현재도 5000명의 의사가 모자라고 2035년이 되면 1만5000명의 의사 부족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비 과학적인 분석의 결과로, 인구감소와 AI기능 확대 등 이유로 의사 수요예측이 잘못됐고 현재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이 우선이라면서 특히 필수의료 지원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파업이 지속될 경우, 의료 서비스 마비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은 당연한 것이고, 특히 의과대학의 수업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자칫 의료강국의 명성이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한덕수 총리가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방법은 없어 보인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협의 집단휴진 예고에 "일부 의료계 인사들과 의사단체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총파업과 전체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 총리는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떤 불안도 없게 하겠다. 행정처분을 포함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대안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대 증원 계획을 내놓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의사 집단을 악마화·범죄자 취급하는 태도부터 잘못됐고, 의료계의 개선방안을 의료계 인사가 배제된 채 진행된 것이 협상 기초를 허물었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발언도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협회 관계자는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비판한 뒤 "의사 단체들은 의사 본분으로 돌아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불법 총파업 선언"이라며 "오만방자한 의사 집단 이기주의에 국민과 정부가 굴복하는 일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심은 이번 휴진에 동네 의원들의 참여도 여부다. 2020년 의료계 총 휴진 당시에는 동네 의원들의 휴진율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에는 이미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해 발표한 만큼 의과대학, 병원 등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기 때문에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다. 의협은 유례없이 높은 투표 참여율을 들어 전국적인 대규모 휴진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한마음이기 때문에 이번 집단행동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회원들이 보여준 뜻이 오는 18일 전체 휴진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의협이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있는 상황이어서 전체 휴진확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총유권자 의사 수 11만1천861명 중 7만800명이 투표에 참여해 63.3%의 투표율(전체 투표 대상 12만9천200명 대비 54.8%)을 보였고 휴진 단체행동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73.5%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표 참여자 중 개원의가 2만4969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도 개원의 집단 휴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 대학교수인 이 모씨는 “정부가 의료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증원을 추진하다보니 부작용이 커진 것인데, 아직도 당초의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어 해결방안 찾는 것이 쉽지않아 보인다”면서 “증원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의료계의 시급한 과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김한식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