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1기 신도시 대책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10 07:34 의견 0
1기 신도시 중 한곳,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두 조합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예상대로 1기신도시 재정비 계획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여 야 모두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얼마 전 총선에서는 곧 재건축이 시작될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총선이 끝나면 바로 뭔가 실행이 될 것 같았고, 총선 이후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현실성이 없는 대책은 결국 주민의 외면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선거용 대책이 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순차 재건축에 돌입하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이를 반영해 이주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전에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에 최소 1곳씩 ‘이주단지’를 조성해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는 분당을 중심으로 임대주택형 이주단지 조성에 대한 거센 반발로 사실상 철회됐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1기신도시별 선도지구 선정에 이은 이주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9일 이계획을 변경해 이달 말부터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원하는 이주계획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주 희망 지역, 희망 주택 유형·평형,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 여부 등을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주 계획을 신도시별 정비 기본계획에 담아 기본계획 초안을 오는 8월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조사 절차를 집어넣는 것에 대해, 어차피 현재의 1기신도시 재정비 구상으로는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그 책임을 정부가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당초 1기 신도시 정비가 진행되면 올 연말 선정되는 재건축 선도지구 최대 3만9000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10년간 해마다 2만∼3만가구의 이주 수요가 생길 것이고 이에 따른 이주계획을 가져가기로 했다.

하지만 분당을 중심으로 임대주택형 이주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이주단지’라는 용어도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등으로 인근 주택 공급 물량이 많은 일산, 중동은 이주단지 조성이 불필요한 반면 분당과 평촌, 산본의 경우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도지구 지정 물량과 이주단지 공급 물량을 함께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철회하고 주민 선호부터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주택 인허가 시기를 조정해 민간 아파트 공급을 유도하고, 필요하다면 공공에서 신규로 소규모 주택개발을 진행해 1기 신도시 이주계획을 짠다는 방침이다.

결국 국토부의 1기신도시 재건축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거창하게 1기신도시법이라던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라던지 하는 계획을 내놨지만 준비가 미흡하다보니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다.

오래전부터 1기신도시 재정비 관련해서 많은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지적이 이어져왔지만, 귀담아 듣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이런 결과를 낳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사업성을 고려해야하고, 원활한 수급을 바탕으로 하는 이주계획, 도시의 자족기능, 거기에 인근 도시와의 균형발전 등등 준비가 돼야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정부는 단지 용적률과 층고 거기에 기부채납 등 너무 간단한 변수만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백지화를 선언하고 거창한 1기신도시 재정비나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등 획일적인 계획을 버리고, 각 상황에 맞는 도시의 기능을 살려 도시별, 단지별 추진계획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게 하되, 상한과 하한의 폭을 넓혀줘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 3.3㎡에 4000만이 넘는 분당과 3000만원이 안되는 일산을 같은 기준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발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1000만원 대의 지방 대규모 노후단지는 어떻겠는가. 이것은 공사원가가 치솟고있는 상황에서 일반분양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주택 문제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표심잡기에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여당 야당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우리나라 국민 개인 재산의 75%가 부동산 즉 집이다. 조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다뤄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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