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대책은] ④흔들리는 삼성

-HBM, 엔비디아에서 품질 퇴자
-기존 사업부문도 인텔에 밀려 2위, 더 떨어질 수도
-DS부문이 애물단지로 전락
-인적쇄신 목소리 커져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6.06 06:00 | 최종 수정 2024.06.21 15:56 의견 0
위기의 삼성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는 것은 삼성이 무너지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한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5월 말 기준 453조원이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를 합친 국내 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약 2600조원이다. 삼성전자 비중이 17.4%다. 지난달 주가가 8만원을 넘겼을 때 비중은 20%를 육박했었다.

삼성 그룹 내에서도 삼성전자의 비중은 엄청나다. 삼성 이외의 상장사 시가총액은 약 192조원쯤 된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사 시가총액 합계가 약 645조원이다. 국내 시가총액 전체의 24.8%를 차지한다. 비계열이나 협력사까지 합하면 30%를 훌쩍 넘기는 규모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휘청거리면 대한민국 경제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HBM 위기>

그런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4일 엔비디아에 납품할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그동안 HBM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한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수면위에 올렸다.

삼성전자는 즉각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삼성전자의 입장보다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더 믿으면서 당일 주가는 3.07% 빠졌다.

이미 삼성전자 내에서는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칩인 HBM 사업부문에서 경쟁사들에게 크게 뒤져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을 기존의 경계현 사장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있던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인사철도 아닌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문인 DS부문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극약처방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삼성전자의 DS부문은 과거 캐시카우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2021년 DS부문의 매출은 94조1600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매출 279조6000억원의 33.7%였지만, 영업이익은 29조2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6.6%를 차지했다. 그러던 DS부문이 2023년에는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매출은 2022년 98조4600억원으로 올랐다가 2023년 66조5900억원으로 32조원 가량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14조87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그바람에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 쳤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2.05%, 2020년 15.20%, 2021년 18.47%까지 올랐다가 2022년 14.35%로 조정을 보인 후 2023년에는 2.53%로 뚝 떨어졌다.

이와 같이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익구조가 망가지면서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6조5600억원으로 2022년(43조4000억원) 대비 84.9%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14.3% 빠진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 감소폭이 너무 컸던 것이다. 심지어 별도 기준으로는 11조5천억원 마이너스(적자)라 올해는 법인세도 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DS부문장 교체 이전부터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 주말 출근의 진원이 삼성전자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을 겪으며 지원·개발부서 임원 일부가 먼저 주6일 근무를 시작했고, 이번에 다른 계열사 임원들이 동참하는 형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의 위기'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업황이 바닥을 찍은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뼈아픈 실책이 원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맞물려 각광받기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며 '1등' 명성에 금이 간 것이다. 파운드리에서도 선두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텔이 '세계 2위'를 외치며 삼성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HBM 부문에 뛰어들었지만 망신만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으로 삼성전자가 2위지만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을 공급하게 돼 한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하락할 것이 유력하고, 특히 삼성전자 마켓쉐어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엔디디아의 젠슨 황이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 탑재 제품에 대해 삼성전자의 HBM도 언급했지만, 아직 테스트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안심하기 어렵다.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한발짝 차이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초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뒤쳐지는 기존 사업>

삼성전자의 위기는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친 것만이 아니다.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409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2년간 유지하던 1위 자리를 인텔(491억달러)에 내줬다.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11.7% 줄어드는 동안 삼성전자 매출은 세 배 이상인 35.9% 감소한 탓이다. 1위에서 내려온 삼성전자는 2위 자리 수성을 두고도 긴장해야 할 처지다.

인공지능(AI) 훈풍을 탄 엔비디아는 1년 만에 매출이 63.4% 증가하며 순위가 12위에서 5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산업계에서는 2022년 10월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에게 닥쳐온 첫번째 위기라는 시각이다. AI시대에 맞는 반도체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미래 수익모델에서 밀려날 경우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도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 차원에서 HBM의 수익성이 높아 자칫 반도체 분야 전체의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품질의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미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퇴자를 맞으면서 국제적으로 신회를 잃기 시작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HBM사업부문의 수율(투입량 대비 양질의 완성품 비율)에 대해 80%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일반적으로 수율은 극비로 취급된다. 수율을 알면 그 기업의 품질과 기술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수율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자신감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전자의 HBM사업부문의 수율을 30~40%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정도 수율이면 만들어서 납품을 한다고 해도 할수록 적자폭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앞으로 상황도 녹록치 않다. 기본적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무역갈등과 유가 및 환율 불안, 거기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장기화까지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AI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선제적으로 움직인 경쟁사들에게 선두자리를 뺏겼고, 그들을 따라가기에 힘든 상황에 빠졌다. 과거의 10년이 지금의 1년으로 계산해서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움직였다.

<인적 쇄신 해야>

한편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장기 사법리스크 대응으로 중대한 결정과 준비가 늦어졌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CEO가 즐비한 삼성그룹에서 오너리스크를 핑계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세계적 상황과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로 하여금 현재의 난제를 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 관견 연구소에 오래 근무했던 한 인사는 “삼성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돼왔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사다. 이건희 회장 사람들이 자리를 버티기 위해 이재용 회장의 눈을 가리는 것이 심해져 회장이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의 장벽에 둘러 쌓여있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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