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器 없는 나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06 06:00 | 최종 수정 2024.06.06 13:25 의견 0
중국 은나라를 세운 탕왕의 초상화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인 노자의 도덕경은 군주들에게 통치 방식을 강의한 제왕학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이 나온다.

대기만성을 우리가 통상적으로 큰 그릇은 늦게 완성이 된다는 의미로서 큰 지도자는 시간이 걸려 완성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노자는 그런 의미로 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晩)자는 ‘늦을 만’이 아니라 날일(日)을 뺀 면할 면(免)의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큰 지도자인 대기(大器)는 완성되기 어려워 끊임없이 완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완성은 불가능해 항상 겸손함 자세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원 저자인 노자는 말 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때도 완성된 것은 대기가 아닐 수 있다. 제일 큰 그릇이 완성됐다고 하면, 그 그릇보다 더 큰 그릇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릇이 완성됐다는 것은 더 이상의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순간 큰 그릇의 자격이 상실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큰 그릇은 완성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도 대기만성의 진정한 의미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것이라고정리했다. 중국 역사에 최초의 ‘역성혁명’을 일으킨 은나라 탕왕의 말을 인용하면서 대기만성의 의미를 전했다.

대기만성은 매일매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일신(日日新)의 자세를 말한 것이다. 고대 중국의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이 전 하나라의 5제들의 완성된 의미의 대기만성의 의미를 깨부수면서 일신(日新) 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탕왕은 매일 저녁 목욕통에 일신(日新)이라는 글을 새겨 놓고 몸을 씻을 때마다 자신에게 날마다 새로워지라고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어제의 모습으로 오늘을 대할 때 이미 새로운 모습에 의해 밀려나는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초 스피드 시대에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요즘 자칭 타칭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많은 인사들이 정제되지 않은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 본인들이 마치 큰 그릇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이젠 앞뒤도 없어졌고 위아래도 없어졌다. 겸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슷한 것도 볼 수가 없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그런 정치인을 지지하고 추종하는 국민과 여론이 있다는 것이다.

여론은 잣대다. 허용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노선을 떠나서 용인 여부에 엄격해야 한다. 그것이 큰 그릇을 만들어 가는 국민의 모습이고 큰 나라가 되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후진국이라고 말한다.

정신은 물질을 이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 치는 데에는 정신적 문화 수준이 거꾸로 가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기만성은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목적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대기만성 국민에게서 대기만성 정치인, 경제인이 나온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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