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재정 관련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지난해 연말 환율방어에 정부가 힘을 쓴 결과 12월 24일 달러당 1484.90원이던 환율이 한해의 마감일인 12월 30일 1427.20원으로 끝나 불과 3거래일 만에 57.7원을 떨어트려 비율로는 3.9% 하락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환율이 꾸준히 오르더니 8일 오후 들어서 1450원을 다시 또 뚫었다. 국민연금이 얼마에 환헤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해서 한국은행의 달러가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해의 마감 환율은 한 나라의 채권 채무를 정하는 기준이고, 은행이나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의 기준 환율이 된다. 때문에 환율이 높을 경우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기업의 수입물가와 부채를 올리고 특히 은행의 경우는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라 BIS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1480원대 환율은 역대 최고 높은 마감환율이기 때문에 우리 외환당국에는 비상이 걸렸고, 급기야 지난해 12월 24일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국민연금까지 환헤지에 나서게 됐다. 다행히 환율은 전년인 2024년 마감환율인 1472원보다 훨씬 낮은 1427원으로 끝나 한숨을 돌리기는 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의 급감이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280억 5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6억 1000만달러나 감소했다. 12월 기준으로는 1997년 IMF사태 당시 39억 9000만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 자료가 발표되자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 것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현재의 외환보유고로 위기시 국가부도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부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외환보유고 수준은 국가의 단기외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외채는 1616억달러로 외환보유고의 37.7%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수치상으로는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다. 현재 해외자산은 1조1199억달러로 채무 7831억달러보다 3818억달러 더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금융시장이 대폭 개방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규모가 늘어나 재무 계정상 잡히는 단기부채만 가지고 적정외환보유고를 평가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 즉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규모를 유사시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부채 범주에 넣고 계산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투자 잔액은 주식이 7466억달러이고 채권이 2478억달러로 총 9944억달러에 이른다. 이 투자금은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언제든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잠재부채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일반 투자자들(소위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1611억달러이고 채권 투자는 327억달러 정도다. 합해서 2000억달러가 채 안된다. 단순 비교로 우리나라 서학개미가 환율 방어와 금융 위기를 지키기 위해 해외 투자금을 모두 들여와 봐야 국내에서 빠져나갈 외환 규모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적정 회환보유고는 단기부채 1616억달러에다가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금액 1조달러를 더한 값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금 2000억달러와 국내 외환보유고 4281억달러를 더한 값과의 차이인 약 5500억달러 이상이 돼야할 것이란 계산을 할 수 있다.

마침 IMF와 BIS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권고 규모를 6000~7000억달러 규모로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이나 위환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 외국인의 자금은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지만 서학개미들이 외국 주식을 정리하고 국내로 달러를 들여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래서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보유대금을 외환보유고 예비비로 잡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계산이 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금융투자금 약 4400억달러(해외 주식 및 채권)와 매년 무역흑자액 700~800억달러 규모를 감안하면 외환이 펑크날 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금 등 포트폴리오는 국민 노후의 마지막 보루라는 측면에서 쉽게 건드리기 어렵고, 무역흑자액 역시 기업들 해외 투자계획 관련해서 함부로 국내에 들여올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믿을 구석이 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따져보면 우리 외환보유액은 불안불안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절대액수도 불안한데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외환보유액 추세다. 지난해 말 한달만에 26억 1000만달러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2021년 10월 정점을 찍은 후 이창용 총재가 한은 총재 자리에 오른 2022년 4월부터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4692억달러를 찍은 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말 4281억달러로 이 총재 취임 이후 3년 8개월 간 411억달러가 줄어들었다. 그동안 무역도 흑자를 냈고, 우리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보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늘어났는데 달러는 어디로 날라갔을까?

우리나라 환율시장의 불안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첫 번째로 통화량 팽창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을 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은행이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달러를 풀어왔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량(M2)을 있는대로 풀어 원화값을 똥값으로 만들어놓고는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풀어 결국 외환보유고를 감소시켰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은 달러를 풀 경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환보유고가 줄어들어 오히려 환율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자신이 싼 똥은 자신이 처리한다는 결자해지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자승자박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 총재의 금리정책과 통화정책이 오늘날의 환율불안을 만들고, 서학개미들이 국장을 떠나 미장으로 옮겨간 원인을 제공했고,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는 사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외한당국은 미장 투자금을 한국으로 들여와 한국 주식을 사는 서학개미들에게 미장에서의 이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고, 달러자산을 국내에 예치하는 금융사에 이례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외화부채 일부를 한은에 예치하는 금융사에 ‘외환 건전성 부담금’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외환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조그만 바람구멍이 시간이 지나면 태풍으로 들이닥치고, 저수지도 벽돌 하나 구멍으로 무너진다. 이제는 이재명 총재가 임기 3개월 남겼지만 그동안 무슨 생각으로 돈을 무한정 풀었는지, 금리는 왜 미국보다 평균 2%씩 낮게 가져갔는지, 그리고 411억원 외완보유고 감소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후임 한은 총재가 땜질을 하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든 할 것이 아닌가.

이창용표 환율비상은 그가 떠난 후에 더 큰 상처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