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로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병오년 새해 벽두인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지휘를 받은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현지에 침투해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한 후 곧바로 재판정에 세우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불과 이틀 지나서 트럼프는 그린란드 확보 행보에 나서면서 세계 정세가 힘겨루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강대국들의 그늘 속에서 주권과 인권을 지켰던 나라들은 불안하게 됐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압송한 명분은 마두로가 마약 범죄 수괴로서 미국에 마약을 공급했다는 것이 죄목이지만, 실제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를 손에 넣어 석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먼로주의의 부활...돈로주의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배경은 200년 전 미국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내놓은 ‘먼로 독트린’의 실천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마두로 체포와 관련 돈로주의(먼로주의와 도널드 트럼프 합성어)라고 밝혔다.

먼로주의는 1823년 미국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선언한 것으로 “유럽 열강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거부하면서 이를 어길 시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이 접수할테니 유럽은 나서지 말라는 내용이다. 대신 미국은 유럽 내에서의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먼로주의가 정한 미국의 영역은 동쪽으로는 대서양을 그리고 서쪽으로는 하와이를 한계로 정했다. 즉 대서양부터 하와이까지는 미국의 영역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먼로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영토를 넓힌 미국민들 입장에서는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1819년 당시 플로리다를 식민지로 점령하고 있는 스페인과 협상을 벌여 플로리다를 미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그는 앞서 1803년에는 당시 대통령인 토마스 재퍼슨의 특사로 프랑스에 파견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협상을 벌여 뉴올리언스에 더해 루이지애나 매입까지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루이지애나-뉴올리언스-플로리다로 연결되는 미국 동남부 벨트를 먼로가 협상을 통해 미국 영토로 편입시켰던 것이다.

이 먼로 대통령이 202년 전 발표한 먼로주의를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을 붙여 돈로독트린이라고 명명하고, 베네수엘라를 점령한 후 그린란드를 넘보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지도상 유럽과 가까운 것으로 돼있지만, 대륙 구분 상 아메리카 대륙에 속해있기 때문에 먼로주의에 따르면 미국이 지배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영역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80년 전인 1946년 트루먼 대통령이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달러에 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덴마크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린란드에 미국 공군기지를 만드는 것에는 동의를 해 1953년 미국의 툴레 공군기지가 들어섰다. 이 기지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나토의 주요 방어전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욕심내는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목적이 강하다. 그린란드 면적은 216만6086㎡로 세계에서 12번째 큰 나라다. 물론 덴마크 자치령으로 돼있어서 완전 독립국가는 아니지만 외교 이외는 대부분 자치령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이 넓은 땅 중 81%가 얼음으로 뒤덮여있어서 경제적인 가치는 거의 없는 곳이지만, 점차 기후 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 내륙이 녹고 있고, 그린란드 주변 바다가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에 경제성이 생기고, 해빙이 녹으면서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기 때문에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당장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석유 매장량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도 1584억배럴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이 1572억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세계 4위 수준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 점령에 이어 그린란드까지 점유하게 될 경우 미국의 매장량까지 합하면 총 5200억배럴이 돼 세계 총 매장량 1조7000억배럴의 30%를 점유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석유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는 의미이고, 석유시장 공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엄청나게 된다. 그럴 경우 석유 수입 세계1위인 중국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는 석유 이외에도 가스, 대량의 희토류, 우라늄, 철광석, 아연, 구리, 금, 루비 등 핵심원자재 34종 중 25종을 갖고있는 자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얼음으로 인해 막혔던 바닷길이 열릴 경우 미국은 유럽과 바로 연결이 되고, 엄청난 물류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당연히 북로 바닷길의 주도권을 미국이 갖게 되면서 해상 패권도 갖게 된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확보 위해 군사력 동원할까?

트럼프는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베네수엘라 침공 이후 돈로주의를 위한 행동에 곧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트럼프가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미군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핑계로 끌어들였다. 북극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주요 유럽국가들이 트럼프의 그린란드 확보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대를 하고 나서 자칫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A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영국 정상들은 6일(현지시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함께 공동성명을 내고 “그린란드는 그 주민의 것이며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관한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만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도 그린란드 누크에 캐나다 영사관을 개설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그린란드는 1985년 유럽경제공동체(EU)에서 탈퇴했고, 현재는 덴마크 자치령으로서 당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돼고 실제 NATO의 중요 요충지이다. 현재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GIUK 갭’의 일부로, 나토가 러시아 해군의 북대서양 이동을 감시하는 핵심 구역으로 이 역할을 대부분 미국이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유럽 국가들의 개입에 한계가 있고,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백악관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발언을 보면, 트럼프는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린란드를 확보할 생각임을 알 수 있다.

밀러는 “그린란드는 지금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곳곳에 있어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은 그린란드가 필요하고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울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의 먼로주의가 트럼프로 인해 돈로주의로 부활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놓고 서반구란 말을 쓰고 있다. 즉 지구의 서쪽 즉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이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약탈적인 제국주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이 아시아 특히 한국, 일본, 대만을 잇는 대중국 전선에 어떠한 입장을 가져갈지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