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외 이송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사건은 단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패권국가의 힘을 보여준 일종의 힘에 의한 주권 침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배경 외에 장사꾼 트럼프의 경제적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과연 트럼프의 노림수는 어떤 것이며, 우리나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이번 작전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안전가옥에 있던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미군 특공대에 의해 체포돼 미국 뉴욕주의 ‘스튜어트 주방위군 공군기지’로 압송됐고 곧바로 뉴욕 또는 마이애미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마두로는 이미 2020년 트럼프 1기 때 코카인 미국 수입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5000만달러의 현상금이 붙어있다.
당시 미국 검찰의 공소장에는 마두로에 대해 마약밀매조직인 ‘카르텔 드 로스 솔로스’의 지도자 중 한명으로 적시돼있다.
트럼프는 마두로가 미국으로 압송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마두로의 마약 밀매혐의에 대해 베네수엘라 군사력을 무력화시키고 법 집행에 나섰다”면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의식한 듯 “베네수엘라를 다른 사람이 장악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안전한 정권이양 때까지 미국이 통치할 것이고, 석유 기반시설을 재건해 경제환경을 개선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선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3022억배럴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이 2662억배럴이니까 그 규모를 알 만하다. 베네수엘라는 1970년대까지는 풍부한 석유를 바탕으로 남미에서는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특히 1973년과 1979년 두 번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석윳값이 치솟자 엄청난 오일 머니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유가 폭락으로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좌파세력이 점차 힘을 얻게 되고 결국 1992년 우고 차베스 중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후 1998년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돼 좌파정부가 들어선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차베스 정권은 1999년 헌법개정을 통해 반미 사회주의로 돌아서 사회복지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지만, 서민 주택정책과 토지분배 정책에 실패하면서 재정이 나빠졌고, 2013년 사망한 차베스에 이은 마두로가 군부와 결탁해 본격적인 독재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완전히 망가졌다. 2018년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은 137만%였고 2019년에는 1000만%였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단순히 국제적인 지탄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마두로를 마약 밀수 수괴를 잡아들이는 명목으로 체포작전을 단행한 것일까?
장사꾼 트럼프가 마두로를 체포한 가장 큰 이유는 석유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매장량이 많은 베네수엘라 좌파정부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과 밀접하게 움직이면서 석유 공급량 조절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을 옥죄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과거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시설 대부분을 미국이 건설했는데, 현재 시설이 낙후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대부분 밀려나 있어서 이들 미국 석유기업들을 다시 진출시키는 것도 목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반미 좌파연대 세력 견제라고 할 수 있다. 반미 세력의 대표적인 집단이 브릭스(BRICS)로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을 말하는데, 근래들어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레이트, 인도네시아가 들어갔고,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관세폭탄에 맞서는 반미정서 국가들이 상당수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반미를 부르짖는 베네수엘라도 포함돼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당선 초기부터 친중으로 기울어진 파나마를 압박해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박탈한다는 압력을 행사한 바 있고, 급기야 지난해 2월 파나마로부터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한 통행료 면제와 항구 운영 관련 홍콩계 ‘허치슨 포츠 피씨씨’와의 계약 취소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파나마에 대해서는 지난 1989년 미국 조지부시 대통령이 마약 소탕 명분으로 파나마를 침공해 군부 독제자인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해 재판에 넘긴 적도 있다.
트럼프는 현재도 남미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브라질과도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마두로 체포는 남미 전체가 반미로 뭉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남미로 세력을 뻗히고 있는 중국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쉐인바우 대통령 역시도 좌파정권인데, 인접국인 멕시코와도 마약 유통과 상호관세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역시 반미좌파 세력 군기잡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다. 일단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수중에 들어간 것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반미 국가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1000억달러 이상의 차관을 빌려줬는데 현재 현금 상환 대신 석유로 이자와 원금상환을 대신하고 있고,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석유회사의 지분1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정학적인 긴장감으로 인해 유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가는 WTI 기준으로 2024년 76.6달러에서 2025년 65.3달러까지 상당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EIA(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2026년 전망은 51.4달러로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글로벌 긴장감 조성으로 인해 유가가 상당폭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져 달러, 금, 은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려 강달러와 금·은 가격 상승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달러 현상이 벌어질 경우 환율은 또 불안해질 것이고, 1400원대 중반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환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면, 지난해 말 환율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실시한 환헤지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게 된다.
강달러에 더해 확장재정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가 환율상승세를 더 강하게 이끌 가능성이 높아지고, 올해부터 미국에 직접투자하는 연간 200억달러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돼, 결국 환율리스크가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흔들 것이 우려된다.
2026년 시작부터 유가, 환율, 물가 불안 요소들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