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사 방송 중계 장면. 사진=방송 캡쳐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지역으로의 이전 논란이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궈지는 가운데, 이상일 용인시장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대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 국민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반도체 벨트를 남부에 조성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이상일 용인시장 역시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이전 절대 불가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의는 지난해 이 대통령의 발언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0일 이 대통령은 ‘AI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유치했던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와 관련해 “열심히 뛰어다녀서 경기도로 해놨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되니까 ‘내가 왜 그랬는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서 같은 해 12월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용인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개, 15기가와트 수준이라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말해 본격적으로 불씨를 당겼다.

또한 6월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에 도전할 예정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정부 주무장관이 확인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증폭시킨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도 지난해 12월 29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 의도는 이 대통령의 2026년 신년사에서도 첫 번째 정책 목표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 다섯 가지 대전환의 길을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인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 속에 반도체 벨트 조성 부분이 들어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첫째,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하겠습니다.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은 지방에 대한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입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더 과감하게 지원하겠습니다.

지난해 완료한 해수부 이전은 시작일 뿐입니다. 서울은 경제 수도로, 중부권은 행정수도로, 남부권은 해양 수도로 대한민국 국토를 다극 체제로 더욱 넓게 쓰겠습니다.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것입니다.”이다.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가 새만금 지역인지, 그리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겨가겠다는 것인지를 신년사 내용만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12월 10일 이 대통령의 발언과 연계해보면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력공급상 문제가 있는 용인에서 전기가 풍부한 새만금 지역으로 옮겨갈 구상임을 충분히 알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미 예비타당성검토 조사 면제를 통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2027년 가동을 앞두고 있어서 이전은 어불성설임을 밝힌 바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일에도 용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용인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통상 국가산단계획은 발표부터 정부 승인까지 4년 6개월 걸리지만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1년 9개월 만에 승인 받았다”면서 “만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영향평가의 패스트트랙 진행이 없었다면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승인이 나지 않았다면 다른 지역에 (국가산단을)빼앗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산단의 지방 이전은 크게 걱정하실 정도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12월 19일 삼성전자가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다른 곳이 아닌 용인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해에도 교통 인프라 확충 등과 관련해서 각종 좋은 소식이 이어졌고, 반도체 프로젝트도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더 순조롭게 진행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고 말했다.

바로 하루 전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에 반도체 벨트를 조성하겠다고 2026년 주요 정책의 첫 번째로 강조한 것과 정면으로 맞서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지방을 키워 국토의 균형발전을 강조해온 만큼, 재임 기간 내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생각한 것 같고, 총 투자규모가 1000조원에 이르는 만큼 가시적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여 이전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면서 “한편으로는 국토의 균형발전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반도체 시장을 놓고 중국, 대만, 일본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자칫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으로 인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가적 피해 역시 엄청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고 짚었다.

한편, 정작 주무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어느 한마디 의견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서 “책임 회피 또는 대통령 눈치 보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정치인은 “김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심하게 각을 세웠고, 그 전부터도 문재인 전 대통령 및 친문세력과 결집해 대선을 준비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의 수사 관련 윤 정부에 협조를 한 이력이 있어,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기가 많이 빠지고 눈치만 보는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김한식 기자